열사의 땅, 중동에 부는 '건설 특수' 바람

  • 입력 2003년 5월 12일 1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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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熱砂)의 태양은 인간이 이름붙인 계절을 비웃었다. 이란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7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 곳 '사우스파'(South Pars). 5월 초순인데도 수은주는 벌써 40도를 넘어섰다.

뇌를 익혀 버릴 것 같은 열기와 온몸을 칭칭 감는 불쾌한 습기. 한때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었던 이 곳은 '달러박스'로 변해 있었다.

이란 최대의 가스플랜트 산업단지. 한국 기업이 일궈내고 있는 역사(役事)다.

여기서 만난 이란인 마지드 코나미씨(48). 현대건설이 채용한 현지 인력이다. 고약스런 땀방울이 안전모 밑으로 쉼 없이 흐르는데도 그는 뭔가 즐거운 모양이다.

"중동이 변하고 있습니다. 제 꿈을 이룰 날도 얼마 안 남았어요."

그가 말한 중동의 변화는 정확히는 이라크전쟁 이후부터 시작된 희망의 조짐이다. 이란은 물론 인근 국가들도 앞 다퉈 대형 공사를 발주하고 있다. 서방 기업들의 중동 진출도 눈에 띄게 활발하다.

그는 오래 전부터 부인과 자녀들을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 옮겨 놓았다. 미국 이민을 위해서다. 일자리가 느는 만큼 수입도 늘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행도 그만큼 빨라진다.

"이슬람 이데올로기가 잠식당하는 것에는 관심 없습니다. 제 미래가 중요하니까요."

코나미씨는 중동의 변화와 그의 꿈을 정확히 일치시키고 있었다.

▲중동의 포스트워(Post War)=이라크전이 끝난 뒤 중동은 이미 다국적 자본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특히 건설특수(特需)가 예상되면서 각국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이라크 복구사업은 물론 '전쟁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중동 국가들이 그간 미뤘던 각종 공사를 서둘러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범(汎)중동권에서 발주될 공사는 3500억 달러 규모.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리비아에서 발전·담수화 프로젝트 공사가 기다리고 있다.

또 리비아 대수로공사 4단계 입찰이 8월로 예정돼 있고 카타르 아시안게임과 관련한 대형 토목공사도 조만간 나올 전망이다. 올 연말에는 2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사우스파 가스플랜트 11, 12단계 공사도 시공사가 결정한다.

이를 반영하듯 다국적 기업의 중동 공략도 활발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재계가 이라크 재건사업에서 최소 20%의 물량을 보장받길 원한다고 보도했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관방장관 등 각국 정부도 공공연히 이라크 재건 사업에 참여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이라크와 16억 달러 규모의 수출에 합의했을 정도다.

이들 국가는 이라크 외에 주변국 공사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라크전이 끝난 뒤 제 2의 전쟁(Post War)을 향한 포문이 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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