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판정기준 고열-호흡기증상 모두 보일때만 의심환자 분류

  • 입력 2003년 5월 5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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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학생들이 대거 입국하기 시작한 4월 말부터 방역당국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의심환자 판정 수위를 슬그머니 낮춘 것으로 드러났다.

4월 말 이후 의심환자 발생 건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유학생 등 입국자가 점차 줄어든 요인 이외에 의심환자 판정 자체가 느슨해진 데 따른 변수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립보건원 관계자는 5일 “얼마 전부터 중국 등 사스 위험지역에서 입국했거나 사스 환자와 접촉한 사람 가운데 38도 이상의 고열과 호흡기 증상(기침이나 호흡곤란)을 모두 보일 경우에만 의심환자로 분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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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인천공항검역소 관계자도 최근 “공항에서 사스 위험지역 출신 입국자들을 검역할 때 고열만 나거나 기침만 하는 경우는 정밀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격리병원 수용능력을 감안할 때 대상자를 많이 적발하면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건원은 당초 발병 10일 이내에 사스 위험지역을 여행했거나 사스 환자와 접촉한 적이 있으면서 38도 이상의 발열 또는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의심환자로 분류하도록 폭넓게 운영해왔다.

이에 앞서 보건원은 4월 초 격리병원 관계자 회의와 사스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열이 38도가 넘지 않더라도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사스 의심증상으로 보고 진단과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사스 진단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폐렴증상이 없더라도 각기 다른 실험실 2곳에서 의심환자의 가검물에 대한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의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 결과 모두 양성이 나오면 추정환자로 분류하기로 한 보건원의 결정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원은 PCR 검사에 독일에서 개발한 진단시약 외에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CDC)의 진단시약을 사용하기로 했으나 아직 CDC의 진단시약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원 관계자는 “이번주 안으로 시약을 입수할 수 있을 것 같다”고만 밝혔다.

보건원은 새 시약을 확보할 때까지는 종전에 사용하던 독일의 PCR 검사법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실험실에서 추가 확인하는 작업은 당분간 실시할 수 없게 됐다.

한 자문위원은 “미국이 PCR 방법으로 검사하는 유전자 범위는 독일 PCR 방법보다 3.5배 정도 많다”면서도 “독일 방식이 정확도가 더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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