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추정환자 사스아닐 가능성”…세균성 폐렴인듯

  • 입력 2003년 4월 30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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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이 29일 국내 첫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추정환자로 분류된 K씨(41)가 사스와 상관없는 세균성 폐렴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화중(金花中) 보건복지부장관 겸 중앙사스방역대책위원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환자는 항생제 치료를 하루 받았는데 벌써 열이 정상 수준으로 내리고 폐 사진도 깨끗하게 나왔다”며 “2, 3일 정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세균성 폐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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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보건원 권준욱(權埈郁) 방역과장도 별도 브리핑에서 “K씨의 항생제 치료 결과와 폐의 X선 필름 상태, 검사 소견 등이 좋고 호흡기 증상이 사라졌다”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예단할 수 없고 2일 열리는 자문위원회에서 다시 판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위에서 K씨에 대해 세균성 폐렴이거나 사스와 무관한 다른 질환으로 재판정할 경우 K씨는 추정환자 명단에서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권 과장은 “K씨에 대한 향후 조치는 자문위의 평가에 따를 것”이라고만 밝혔다.

보건원은 K씨와 같은 비행기로 입국한 91명에 대해 전화 추적을 실시한 결과 K씨를 제외한 내국인 79명 중 77명, 외국인 11명 중 6명이 이상 증세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K씨와 가까이 앉았던 내국인 4명과 외국인 2명은 30일 현재 격리 중이다.

이날 현재 사스 의심 신고 건수는 1건이 추가돼 모두 58건으로 늘었으며 이 중 의심환자는 14명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예상되는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즉각적인 격리 등 초기 대응을 철저히 하고 환자의 대량 발생에 대비해 지역별로 독립 격리시설을 확보하기로 했다.

특히 지난해 5월 두창(천연두)과 탄저 등 생물테러에 대비해 전국 125개 응급의료기관과 47개 감염내과에 개인휴대용단말기(PDA)를 지급해 구축한 네트워크를 강화, 호흡기 이상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매일 보건원에 보고하도록 했다.

또 이날 대한의사협회와 감염학회는 사스 관련 특별 심포지엄을 열어 사스 관련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병의원 의사들을 대상으로 사스의 특징과 예방법, 대책 등에 관해 논의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사스 판정기준 혼선▼

국내 첫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추정환자로 분류된 K씨(41)가 격리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지 불과 이틀 만에 증세가 크게 호전되면서 ‘K씨가 사스 환자가 맞느냐’를 놓고 혼선이 일고 있다.

국립보건원은 격리병원 의료진이 K씨에게 항생제를 투여한 결과 염증이 상당히 호전됐고 X선 촬영결과 폐의 상태가 아주 좋아졌다고 30일 전했다. 혈액 검사에서도 백혈구 수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보건원은 덧붙였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일부 전문가들은 K씨가 사스로 인한 폐렴이 아니라 세균성 폐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연세대 의대 장준(張駿·호흡기내과) 교수는 “항생제 치료만으로 K씨의 상황이 호전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원칙적으로 항생제는 바이러스에는 별 작용을 하지 못하며 통상 비정형 폐렴은 백혈구 증가를 동반하지 않는다”며 사스가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물론 이틀 만에 항생제 투여로 K씨의 상태가 한결 나아졌다고 해서 사스가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른 예단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성균관대 의대 권오정(權五楨·호흡기내과) 교수는 “바이러스성 폐렴도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 때문에 호전되는 경우가 있어 가검물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단정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문위원들은 K씨가 사스 위험지역인 중국 베이징(北京)에 2개월간 장기체류했고 고열과 근육통, 폐렴증세를 보여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에 ‘자동으로’ 추정환자로 분류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 자문위원은 “지금 어느 나라도 ‘이런 경우가 사스다’라는 확고한 진단법을 갖고 있지 않다”며 “여러 검사 결과를 놓고 하나하나 배제시키면 최종적으로 사스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문위원은 “세균성 폐렴과 비정형 폐렴(사스)은 X선 필름으로는 확연하게 구분할 수 없다”며 “(K씨를) 추정환자로 분류하되 조심스럽게 하자는 뜻에서 (세균성 폐렴) 단서를 붙였다”고 밝혔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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