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過政 법치-민주주의 원칙”

  • 입력 2003년 4월 16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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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정권의 반체제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이라크 정치, 종교 지도자들은 15일 새 이라크 정부 구성을 위한 첫 회의를 열고 “새 정부는 법치에 기반한 민주정부가 돼야 한다”고 결의했다.

이라크 남부의 유서 깊은 종교도시인 우르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는 이슬람 수니파, 시아파 종교 지도자, 쿠르드족 대표, 망명 반체제 인사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라크 최대 시아파 반체제 단체로 이란 정권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SCIRI)는 미국의 역할에 불만을 나타내며 회의에 불참했다. 이 회의는 미군의 주선으로 마련됐으며, 미국 영국 폴란드 정부 대표가 배석했다.

참석자들은 새 정부는 △법치에 근거한 민주정부여야 하며 △지도자는 외부 강요 없이 이라크인들이 스스로 선택해야 하며 △특정 종파 및 종족을 기반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3개항의 성명을 채택했다. 이들은 열흘 뒤 다시 회의를 열어 과도정부 출범을 위한 세부 절차를 논의키로 했다. 반면 불참 세력들은 곧 바그다드 인근에서 별도의 회의를 열 예정이다.

회의에서 잘마이 칼릴자드 미국 백악관 특사는 “미국은 이라크를 통치할 의도가 없다”며 “이라크인들이 자신의 전통과 가치에 기반을 둔 고유한 민주주의 체제를 만들기 바란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이 회의로 이라크 재건을 위한 첫걸음을 떼었으며 법치주의 국가 구성을 원칙으로 설정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참석자들간에는 새 정부의 건립 모델, 종교 정치 분리 여부, 미국의 역할 등을 놓고 상당한 이견이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라크에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민주정부가 들어설 경우 시리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접국들의 변화를 촉진하는 엔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화 도미노 효과’를 통해 중동의 테러리즘 세력 약화, 미국의 역내 이익 확대, 이스라엘의 안보 확보 등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후세인 치하에서 아랍식 사회주의로 운영돼 시장경제 및 민주주의 전통이 빈약하고, 종교 민족 지역별로 극심한 대립과 반목을 겪어왔으며, 반미정서가 깊은 이라크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 정부 수립은 어려운 과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날 나시리야와 바그다드, 모술 등 주요 도시에서는 대규모 반미시위가 벌어졌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이라크재건 13개 원칙▼

-민주주의 국가여야 한다

-특정 종교·지역·인종에 근거하면 안 된다

-전국적인 협의에 근거한 연방정부여야 한다

-법치국가여야 한다

-여성의 역할을 포함한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외부 강요 없이 이라크인 스스로 지도자를 선출한다

-정치적 폭력을 배격한다

-연합국과 이라크는 질서 회복을 위해 협력한다

-바트당은 해체돼야 한다

-모든 정치그룹이 재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화의 문을 연다

-약탈과 문서 파괴를 규탄한다

-종교와 국가, 사회의 역할을 토론한다

-10일 내에 더 많은 세력이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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