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이후 美의 외교정책]조지프 나이박사 일문일답

  • 입력 2003년 4월 1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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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극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 원장이 13일 신라호텔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박주일기자
‘3극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 원장이 13일 신라호텔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박주일기자
《이라크전쟁은 미국의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13일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 원장을 만났다. 나이 원장은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 재직시 빌 클린턴 행정부의 국방정책을 수립한

안보전략가이며 최근 국내에서도 발간된 ‘제국의 패러독스’의 저자다. 그는 3자위원회(Trilateral Commission)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 회의는 1973년부터 개최돼온 아시아 유럽 미주 3대륙의 정·관·재계 고위 인사들의

비공개 모임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라크전이 끝나가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차례인가.

“그럴 가능성은 낮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할 것으로 본다. 부시 행정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면 안보를 보장하고 생존을 위해 외부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면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을 강행하면 위험해진다. 동아시아 전체가 위험에 빠진다. 일본은 핵무장 포기 방침을 재검토할 것이고 중국과 일본의 핵개발 경쟁이 촉발된다. 북한의 이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 미국은 다자간 협상을 고집해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자간 협력이 중요하다. 미국과의 양자협상은 다자간 협상의 틀 안에서 이뤄질 수 있다. 이런 조건이라면 부시 행정부도 양자협상을 받아들일 것이다.”

―북한도 수용할 것으로 보는가.

“북한이 현명하다면 생존과 재건을 위해 받아들일 것이다.”

―이라크전은 정당했는가.

“사담 후세인이 자국민에 저지른 만행이나 나라에 미친 해악을 봐서는 정당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시간을 갖고 국제적 동의를 이끌어내야 했다.”

―이라크전 이후 미국의 일방주의가 가속할 거라는 우려가 있는데….

“후세인 정권을 제거했다고 해서 일방주의가 옳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미국은 엄청난 대가를 지불했다. 그것은 다자간 협력과 문화적 영향력을 중시하는 소프트파워를 포기하고 군사력의 하드파워를 사용한 데 따른 부작용이다. 미국에 대한 세계의 여론이 악화됐다.”

―부시 행정부 내에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다자주의 노선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일방주의 노선이 부닥치고 있다.

“이라크전으로 럼즈펠드 장관이 이겼다. 파월 장관이 패배한 것은 부분적으로 프랑스의 배반 때문이다. 파월 장관은 유엔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올해 1월 프랑스가 전쟁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꾸는 바람에 입지를 잃었다.”

럼즈펠드 장관 뒤에는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원장 출신인 폴 울포위츠 국방차관이 있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나이 원장과 정확히 대비되는 부시 행정부의 이론가다.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

“울포위츠 차관은 보수로 기울어져 있다. 그는 세계의 민주화, 특히 중동의 민주화를 위해 미국이 단독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반면 나는 목표는 같지만 다자간 협력을 통해 민주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믿는다.”

―지금은 울포위츠 차관의 노선이 통하고 있다.

“단독 행동은 위험하다. 미국 내 여론도 다자간 협력을 지지하고 있다. 앞으로 대통령 선거 국면으로 들어가게 된다. 세계의 여론도 중요하다. 민주당은 벌써 이 점을 공격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공격을 피하기 위해 다자간 협력을 강조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전의 와중에 주한미군 감축문제가 논의돼 왔다. 현재 초점은 미 보병 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철수시키는 문제다.

“이 문제는 점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용산기지의 이전부터 논의하는 게 순서다. 2사단을 후방에 배치해도 한국군은 북한군을 저지할 능력이 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주는 불안감과 북한에 주는 잘못된 신호를 감안할 때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맞다.”

―이라크전이 한반도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평양은 미군이 보여준 강력한 군사력을 볼 때 핵개발 대신 협상하는 게 이롭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는 미국이 공격 못하도록 핵무기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북한이 어느 쪽인지 아직 답은 없다.”

―한국에 주는 의미는 없는가.

“한국은 미국과 중국, 일본과 협력해서 북한이 아무 문제 없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않도록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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