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인들 후세인 경멸…신발로 동상 때린건 최대의 모욕

  • 입력 2003년 4월 11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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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바그다드를 장악하자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라크 사람들은 그들 특유의 풍부한 상징을 이용해 기쁨을 표시했다고 영국 BBC 인터넷판이 10일 보도했다. 일부는 사담 후세인의 동상이나 그 초상화를 신발로 후려쳤고, 또 일부는 작고 동그란 점토판을 손에 들고 휘둘렀다.

▽신발로 때리기=아랍 문화권에서 신발은 ‘흙, 불명예’ 등을 상징한다. 특히 신발은 하인, 도둑, 창녀를 때릴 때 많이 사용된다. 따라서 자녀를 때릴 때는 결코 신발을 이용하지 않고 막대기나 손을 사용한다. 신발을 벗어 때리는 것은 후세인에 대한 극도의 분노를 표시한 것이다.

▽점토 원반=후세인 정권 아래서 가장 억압받았던 시아파 주민들은 기쁨도 가장 컸을 터. 이들이 손에 든 작은 점토 원반은 시아파 운동의 창시자인 이맘 알리가 묻힌 나자프의 신성한 흙으로 만든 것으로 ‘투르바’라고 불린다. 앉아서 기도하며 절을 할 때 머리가 땅에 닿지 않도록 앞에 놓아둔다. 투르바는 후세인 체제 아래서는 정치적 보복이 두려워 감춰둬야 할 것이었다. 따라서 투르바를 대낮에 거리로 가지고 나와 흔드는 행위는 후세인 체제의 몰락을 환영한다는 명백한 정치적 선언으로 해석된다.

▽가슴 때리기=이것도 후세인 정권 아래서 억눌렸던 시아파 종교관습과 연관이 있다. 알리와 그의 손자가 죽었을 때 신도들이 자신의 가슴을 마구 때리며 슬픔을 표시했다는 기록이 있다. 훗날 이것은 알리와 시아파에 대한 충성의 표시, 기쁨과 카타르시스를 위한 행동으로 정착됐다.

▽종려나무 가지 흔들기=수천년 전부터 중동지역에서는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면서 기쁨이나 슬픔을 나타내는 행위가 정착됐다. 기록에 의하면 약 5000∼6000년 전 수메르, 바빌로니아 문명 때부터 종려나무 가지가 이런 목적으로 사용돼 기독교인을 포함한 모든 이라크인들이 나누는 행위다.

▽엄지손가락 치켜들기=아랍권에서는 원래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것은 타인에 대한 경멸을 나타내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1991년 걸프전쟁 이후부터 ‘좋다’ ‘최고’라는 서구식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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