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砂발원지를 가다]<下>中현지의 ‘사막화’ 방지 노력

  • 입력 2003년 4월 8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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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네이멍구 나이만치에서 방풍림으로 둘러싸인 시골길을 한 주민이 당나귀 수레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나이만치=전영한기자
중국 네이멍구 나이만치에서 방풍림으로 둘러싸인 시골길을 한 주민이 당나귀 수레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나이만치=전영한기자
《조사단이 지난달 6일 사막과 가까운 민친(民勤)현으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이었다. 도로 오른쪽에는 텅거리사막, 왼쪽에는 바단지린사막의 높은 모래언덕이 멀리서 아른거렸다. 풀만 듬성듬성 있던 도로 오른쪽에 갑자기 나무들이 과수원처럼 빽빽하게 자라는 풍경이 나타났다. 간쑤(甘肅)성 계획위원회에서 나온 장후이(張暉·여)는 “65년부터 사막화를 막기 위해 심은 사막보리수”라며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아 사막에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3일 전 만주의 커얼친사막을 답사하기 위해 베이징(北京)에서 밤차를 타고 동북쪽 츠펑(赤峰)역으로 향했다. 동이 틀 무렵 잠에서 깬 조사단의 눈앞에는 기찻길 옆 황량한 초원 지대에 이중 삼중으로 벽을 이루며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 보였다.》

전북대 장호 교수는 “이 철도는 70, 80년대에 심한 황사로 모래에 묻혀 운행이 몇 번 중단됐다”며 “중국 정부는 이후 철도 주위에 대규모로 방풍림을 심었다”고 말했다. 조사단이 답사길에 이동한 도로는 물론 포장되지 않은 마을길에도 큰 은사시나무가 황사를 막기 위해 심어져 있었다.

사막을 다시 숲과 초원으로 바꿔 황사를 예방하려는 노력도 활발했다. 조사단은 중국 텅거리사막의 남쪽 솽허(雙河)마을을 찾았다. 94년 가까운 강에서 물을 끌어와 개간을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마을이다. 주민인 안위후(安玉虎)는 “수년 전부터 정부의 지시에 따라 밭으로 개간한 땅 일부에 다시 나무를 심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농사를 포기하는 대신 정부로부터 나무를 심은 토지 200평당 1년에 200근의 양식과 20위안(약 3200원)의 현금, 50위안(약 8000원)어치의 땔감나무를 8년 동안 보조받는다.

이곳에서는 방목도 금지됐다. 사막에 붙어 있는 초원 지대에는 양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주민들은 다른 곳에서 풀을 뜯어와 양에게 먹이고 있었다. 조사단이 답사한 다른 마을에서도 가구당 기를 수 있는 양의 수가 엄격하게 제한돼 있었다.

중국환경과학연구원 가오지시 소장은 “중국 정부는 4년 전부터 경작지를 숲이나 초원으로 돌리는 퇴경환림(退耕還林), 퇴경환초(退耕還草) 정책을 사막이 많은 네이멍구 등 4개 성에서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 제도는 2002년 전국으로 확대돼 지금까지 한반도 넓이 만한 19만8000㎢의 경작지에 도입됐다. 지난해에는 ‘사막화 방지법’까지 제정됐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황사 방지 정책은 아직까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막화 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 황사 발원지가 중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당장 생존이 급한 주민들에게 황사 방지는 사치스러운 이야기일 뿐이다.

한양대 홍종호 교수는 “중국의 개방 정책 이후 지역 정부는 환경 보호보다는 경제 성장률로 더 많이 평가받는다”며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주성재 경희대 교수는 “주로 도로 주변에 나무를 심은 것은 시찰을 나온 중앙 공무원에게 잘 보이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 같다”며 황사 방지책이 전시 행정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도 황사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에 나서고 있다. 국가발전계획위원회의 두핑 소장은 “사막화의 핵심 원인은 서북 지역의 빈곤”이라며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4년 전부터 ‘서부대개발’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부 주민들이 목축과 농업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 수 있도록 이 지역을 공업화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국가 투자의 60%를 이 지역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밖에 서부 지역 주민들을 동쪽으로 이주시키고, 양쯔강 등 남쪽 지역의 풍부한 물을 북쪽에 공급하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박인성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부 지역에 기반시설이 빈약하고 인재도 부족해 공업화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텅거리 사막=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하천-지하수 끌어와 ‘오아시스 농업’▼

장예시의 인공 오아시스 연구소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한 주민이 남미에서 들여와 재배한 과일을 수확하고 있다. -장예=전영한기자

중국 서북부 장예(張掖)시에서 30여분 차를 타고 나가면 황량한 사막에 비닐하우스가 수십 채 늘어서 있다. ‘인공 오아시스 시범 연구소’였다.

이곳은 95년까지도 자갈과 모래로 뒤덮인 사막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역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함께 질 좋은 흙을 뿌리고,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외부 하천과 지하수에서 물을 끌어왔고 이 지역에서 잘 자라는 작물을 골라 재배했다. 한국의 개복숭아도 자라고 있었다. 쑹유녠(宋有年) 고문은 “물을 아끼기 위해 농사에 쓴 물의 90%를 회수한다”며 “1년에 4모작을 하고 비싼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높다”고 말했다.

차로 30여분 더 가자 600여채에 이르는 대형 비닐하우스 단지가 나타났다. 이곳은 주민들이 사막과 초원을 개간해 살던 곳이었다. 그러나 소득은 보잘것없었고 밭을 더 개간할수록 사막화는 심해졌다. 빈곤을 끊기 위해 도입한 것이 비닐하우스였다. 한 여자 주민은 “가구당 200평의 비닐하우스 1채를 갖고 있다”며 “1년 소득이 4000∼5000위안(약 64만∼80만원)이나 된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곳에서는 수천년 전부터 내려온 사막을 옥토로 바꾸는 꿈이 실현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꿈이 또 다른 황사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손일 경상대 교수는 “주위 하천이나 지하수에서 물을 끌어오면 초원과 사막 지대에 가야 할 물이 부족해진다”며 “이곳은 옥토로 바뀌지만 더 넓은 다른 지역이 사막으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현상은 중국 서북부 우웨이(武威)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이곳은 만년설이 녹아 내리는 하천을 이용한 ‘오아시스 농업’이 수백년 전부터 발달했다. 그러나 50여년 전부터 하천에서 가지치듯 물길을 계속 내면서 농토는 크게 넓어졌지만 주변 초원지대와 하류 지역은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장예=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조사단 한국단장 최진호 교수 "사막화 생각보다 심각…韓中日 협력 절실"▼

황사의 책임은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도 있습니다. 황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중일 3국이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조사단의 한국 단장인 최진호 아주대 교수(사진)는 “황사의 원인을 중국에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황사 발생에는 어쩔 수 없는 자연적인 원인이 큰 데다 한국과 일본인이 그동안 싼값으로 이용한 곡물과 각종 자원 때문에 사막화된 땅도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황사 문제 해결에 힘을 모으는 것은 이른바 ‘동북아 공동체’에 대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번 답사를 통해 사막화 현상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고 짧은 시간에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는 것을 절감했다”며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 기술적인 지원과 함께 가능하다면 재정 지원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 교수는 “11일 열리는 황사 국제 학술회의에서 한중 학자들이 바람직한 황사 해결책과 협력 방안을 깊이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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