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바그다드 '치고 빠지기' 왜?

  • 입력 2003년 4월 6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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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5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시가에 두 차례 전격 진입해 격전을 치른 뒤 사담국제공항으로 철수하는 ‘치고 빠지기’ 작전을 구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군 당국이 밝히는 작전 배경은 심리전이다. 미 중부군 사령부는 “이라크 지휘부가 뭐라고 하든 그들이 더 이상 바그다드를 장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번 작전을 다목적 ‘위력시범’ 정도로 평가하는 분위기. 아직도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이라크 지휘부가 바그다드 병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미군측은 1차 진입 직후 “미군이 바그다드 도심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진군로를 살펴보면 티그리스 강변에 포진한 이라크 지휘부까지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와 관련,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수비군의 전력 탐색용이었을 가능성. 영국 BBC 방송은 미군 기갑차량이 무리 지어 도심을 질주하면서 수비군에 응사하는 ‘드라이브 바이 슈팅(drive-by shooting)’ 전술을 취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수비대는 대공포 대전차 로켓포 등으로 공격했지만 압도적 화력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미군은 그동안 월등한 야간장비 등을 활용하기 위해 야음에 기동성을 발휘하는 전술을 택했다. 그러나 기갑병력이 동원된 5일 진입은 주간에 단행됐다. 지리에 어둡고 인공적인 은폐, 엄폐물이 수두룩한 바그다드에서 이라크군의 대응능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그럴 듯하다.

두 번째는 정보수집의 필요성. 뉴욕 타임스는 “전격적인 진입 직후 시내에서 급박한 전파메시지와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전했다.이를 통해 미 정보당국이 목말라했던 이라크 지휘부의 은신처 정보가 누출되길 기다렸다는 풀이.

미군의 이 같은 예상 밖 전술은 △신속한 시가 점령에 따른 대량 인명 살상을 피하고 △이라크측 전의(戰意)를 억누르는 한편 △자체 전력을 보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치고 빠지기’식 공방전은 제4보병사단 등 지원군의 합류 때까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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