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스님 방한 인터뷰 "부시 대통령 '화'를 푸시오"

  • 입력 2003년 3월 18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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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사람들의 가슴에 형제애라는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그 씨앗에 물을 줄 수 있다면 한반도에 평화가 싹틀 것입니다.”

16일 입국한 ‘명상 전도자’ 틱낫한 스님(77)이 18일 오전 9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함께 방한한 비구 비구니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입장한 틱 스님은 회견에 앞서 3분여간 명상수행 시간을 가졌다.

틱 스님은 기자들의 질문을 일괄해서 받은 뒤 나중에 한꺼번에 답변했으며 답변 중간중간 2∼3분씩 명상을 갖기도 했다.

―미국과 이라크 전쟁으로 세계 평화에 대한 우려가 높고 세계적인 반전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반전운동’의 대명사인 틱 스님의 생각은….

“먼저 수행을 통해 우리 안에 평화가 깃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주변과 나아가 세계의 평화도 만들어 나갈 힘이 생깁니다. 베트남 전쟁에서 보듯 전쟁이 나면 베트남뿐만 아니라 미국도 전쟁의 피해를 봅니다. 이라크 전쟁도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평화를 만드는 방법과 수행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슴에 화와 두려움이 가득 찬 정치인이 국가를 이끌면 평화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선, 상대는 악’이라는 관념을 버리지 않으면 이라크와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고통받게 됩니다.”

―한반도에도 북핵 문제 등으로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2개의 한국은 어머니가 같은 형제입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대신 민중들을 굶주리게 하는 것도 두려움 때문입니다. 따라서 남측은 북한에 대해 정치적 수사가 아닌 형제애가 담긴 진심으로 ‘당신은 우리의 적이 아니기 때문에 절대 먼저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 ‘당신이 외부의 공격을 받으면 최선을 다해 보호해주겠다’는 두 가지를 약속해야 합니다.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보고 기뻤습니다. 매년 그렇게 만나 평화 화해 통일을 얘기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치적 통일 이전에 진정한 소통과 대화가 필요합니다.”

―스님은 늘 의식적인 호흡과 걷기 등을 통한 ‘마음챙김’을 강조하는데 바쁜 일상에서 ‘마음챙김’이 쉽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음챙김’은 시간을 따로 낼 필요가 없습니다. 운전하거나 식사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 모든 순간 거기에 집중한다면 ‘마음챙김’이 가능합니다. 아내에게 ‘오늘은 내가 수행을 하고 싶다’며 설거지를 해보십시오. 그리고 ‘마음챙김’을 하면 설거지를 하면서도 행복합니다.”

―한국 불교에 대해….

“불교는 살아 있는 실체입니다. 항상 변해야 합니다. 불교는 승려 재가신도뿐만 아니라 모든 이가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서구에선 불교를 ‘수행’으로 받아들입니다. 선불교도 모두가 수행할 수 있도록 새로워져야 합니다.”

틱 스님은 22일 서울시청 앞에서 ‘반전을 위한 전 국민 평화염원 걷기명상’ 등 20여건의 행사를 갖고 다음달 4일 출국한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틱낫한 스님의 수행법▼

‘지금 이 순간을 느껴라.’

흔히 수행하면 가부좌 참선과 같은 육체적 고행을 떠올리는 우리에게 틱낫한 스님의 수행법은 매우 간단하고 그래서 인기가 높다.

틱 스님이 전하는 궁극의 상태는 ‘깨어 있는 마음’ 혹은 ‘마음챙김(Mindfulness)’. 보통 행복을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면 삶은 경이롭고 행복에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청소를 하면서, 설거지를 하면서, 밥을 먹으면서 우리는 그 일에 정신을 집중하고 자각하면 행복할 수 있다. 차를 마실 때 차 마신 뒤 무엇을 할까 등 딴 생각을 하지 말고 차 마시는 그 자체에 집중해 차 맛을 음미한다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매순간 느끼는 행복을 위해 틱 스님이 제시하는 대표적인 수행법은 ‘호흡과 걷기 명상’.

호흡 수행은 그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이 전부다. 손을 배에 대고 호흡에 따라 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을 느낀다. 호흡을 가볍고 자연스럽게 하며 호흡을 고를 필요가 없이 마음으로 호흡을 따라가면 된다. 숨을 들이쉬면서 몸의 한곳을 의식하고 내쉬면서 그 한곳에 미소를 보낸다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육체와 정신이 살아나면서 차분함과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두려움 화 등 격한 감정이 일어날 때 안정된 자세로 앉아 숨을 내쉬며 배에 신경을 집중하면 어느덧 그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 나아가 이런 호흡을 생활화하면 사랑과 동정으로 사람을 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걷기 수행도 걷는 것 이외에 특별한 점이 없다. 한 걸음을 한 호흡씩 하거나 두세 걸음에 한 호흡씩 한다. 되도록 느릿느릿 걸으며 전신을 편안하게 풀어준다. 걸으면서 걸음 자체에 집중하거나 주위의 사물에 집중하면 경쾌하고 신선한 기분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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