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 '3월 위기설' 확산

  • 입력 2003년 3월 11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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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가 연일 급락, 20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금융기관과 기업 활동이 마비돼 일본 경제 전체가 공황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3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주가 폭락으로 금융기관과 기업이 보유중인 주식가치가 떨어지면 연쇄적으로 신용불안을 불러 경제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는게 3월 위기설의 내용. 일본 경제를 둘러싼 위기론은 2,3년전부터 간헐적으로 나돌았지만 이번엔 경제 활동의 바로미터인 주가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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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닛케이 주가 20년來 최저치 7,800선

닛케이평균주가는 11일에도 이라크 사태 등의 영향으로 6영업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 전날보다 179.83엔(2.24%) 떨어진 7862.43엔에 마감됐다. 종가 기준으로 8000엔선이 무너진 것은 83년 3월 이후 20년만의 일.

▽'3월 위기설'의 실체 = 일본의 대다수 금융기관과 상장기업은 3월말까지의 실적을 기준으로 한해 경영을 결산한다. 주가가 요즘처럼 계속 떨어지면 주식 보유량이 많을수록 장부상의 손실규모는 불어날 수 밖에 없다. 결산결과 적자를 낸 은행과 기업의 신용도가 떨어지고, 이는 은행의 자금거래 기능과 기업의 생산 및 투자활동에 큰 타격을 미친다.

닛케이주가가 1000엔 떨어지면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은 1% 하락한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닛케이평균주가 하락→은행 및 기업의 손실 확대→재무구조 악화→신용추락→주가 하락'의 악순환을 걱정하고 있다.

다이와(大和)총연구소의 추계에 따르면 주가하락에 따른 은행권의 손실은 작년 9월의 2조8600억엔에서 불과 반년만에 두배가 넘는 6조엔으로 늘어났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출호조에 힘입어 평균 71%의 수익증가를 예상하는 상장기업들도 주가가 떨어지는 바람에 이익의 대부분을 까먹게 됐다고 울상이다. 주식투자 손실이 3조5000억엔에 달해 설비투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도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도쿄신문은 "주가 하락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켜 실물경제를 얼어붙게 하는 '연쇄 마이너스 효과'를 낼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 주가가 7000엔선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뾰족한 처방없어 막막 = 일본은행은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않자 제한된 범위내에서라도 통화 공급을 늘리고 엔고 현상을 막기 위해 하루에 1조엔 규모의 긴급자금을 금융시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도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계획을 5월안에 마무리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런 정도의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일본 경단련(經團連) 회장은 "지금은 일본 경제시스템의 위기상황"이라며 "더 이상의 하락을 막으려면 일본은행이 기업의 주식과 토지를 사주는 특단의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최근의 주가 하락이 이라크 사태와 북한 핵개발 등 국제정세로 인해 빚어진 것이어서 일본만의 대책으로는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점.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이 장기불황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시기에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며 미국측에 원망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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