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1주년]이슬람권 표정

  • 입력 2002년 9월 11일 22시 26분


10일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의 한 문화센터에서 열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지지집회에 참석하려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건물 입구 바닥에 깔아 놓은 성조기를 밟고 행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AP]
10일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의 한 문화센터에서 열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지지집회에 참석하려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건물 입구 바닥에 깔아 놓은 성조기를 밟고 행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AP]
9·11 테러 1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22개 이슬람회원국이 가입한 아랍연맹(AL)은 9·11 테러를 비난하고 이슬람세계와 미국과의 역사적인 연대를 확인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외에는 대부분의 이슬람국가에서 특별한 행사는 없었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는 테러 후 일방통행식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는 미국을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AL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AL 회원국들은 9·11테러를 강력히 비난한다”면서 “회원국들은 미국과 아랍세계간 정치 경제 사회분야의 역사적 유대관계에 대한 인식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명서는 “불관용과 맹목적인 편견, 비난의 화살을 무차별 쏟아 붓는 행위, 그리고 한 문명을 다른 문명에 비해 우월하다고 여기는 사고방식에 대해 세계가 계속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람국가들의 반미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인 빈 압둘 아지즈 술탄 왕자는 “9·11테러가 인류에 고통을 안겨줬으며 이들 테러범 19명 가운데 15명이 사우디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사우디도 큰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우디는 모든 인류에 고통을 안긴 9·11 테러를 깊이 애도한다”고 말했으나 “사우디 정부가 이들 테러범을 지원한 적은 결코 없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도 특별한 행사가 없었다. 현지의 미국대사관은 보안문제로 폐쇄됐으며 기념행사 계획도 역시 취소됐다. 인도네시아 일간 자카르타포스트는 이날 사설에서 “9·11 테러 희생자들에 대해 초기에 느꼈던 동정심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편 쿠웨이트에서 9·11 테러 1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다수의 응답자가 테러의 배후인물인 오사마 빈 라덴을 영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웨이트의 일간 ‘알라이알암’이 1만1000여명의 쿠웨이트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35%(8695명)가 “빈 라덴은 영웅”이라고 대답했으며 “범죄자”라고 대답한 것은 19.44%(2273명)에 그쳤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외신종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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