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인도 IT산업이 핵전쟁 막았다

  • 입력 2002년 8월 12일 18시 44분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분쟁으로 인해 핵전쟁으로까지 치닫고 있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핵무기 보유국인 양국이 핵공격 목표지점을 향해 다량의 핵탄두를 쏟아부을 때 사망자는 900만∼1200만명, 부상자는 200만∼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의 BBC방송은 전쟁의 전개 양상을 미리 그려보기도 했다.》

7일 밤에도 카슈미르에선 21명이 사망하는 총격전이 일어나는 등 유혈충돌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핵전쟁의 위험만큼은 사라졌다. 양국간 갈등은 47년 이후 55년 동안 계속돼 온 해묵은 지역분쟁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10월 이후 세 차례나 양국을 방문, 분쟁을 중재한 효과가 있었던 탓일까. 그것도 한 요인일 수 있겠지만 뉴욕타임스 외교전문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12일 색다른, 그러면서도 매우 흥미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이 날짜 칼럼에서 “방갈로르에 집결돼 있는 인도의 정보기술(IT)업계가 인도 정부에 확전을 멈추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주효했다”고 현지발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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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발 더 나아가 인도의 IT업계를 움직이는 것은 제너럴 일렉트릭스(GE)를 비롯한 미국의 대기업이기 때문에 “‘제너럴 파월’(4성장군 출신의 파월장관을 의미)이 아니라 ‘제너럴 일렉트릭스’의 영향력이 결정적 시기에 마술을 부렸다”고 말했다.

GE가 방갈로르에 설치한 연구센터는 미국 외의 지역에서는 가장 커서 1700명의 인도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을 고용하고 있다. GE뿐만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IBM, 휴렛팩커드, 델 등 미국의 주요 IT업체들이 이곳에 진출해 있다.

인도의 외환 보유고가 최근 3년간 두 배나 늘어나 600억달러에 이르게 된 것도 이들 세계적 기업들의 직접투자(FDI)와 인도의 IT산업 붐에 힘입은 바 크다. 이들 기업들이 핵전쟁의 위험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5월 31일 인-파 분쟁이 악화되자 미 국무부는 인도의 모든 미국인들에게 인도를 떠나라는 여행 권고문을 발표했다. 방갈로르에 있는 IT기업들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인도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와이프로의 비베크 폴 부회장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미국 주요 고객으로부터 ‘인도 업체 외에 다른 곳(기업들)을 찾고 있다’는 e메일을 받자마자 이를 워싱턴 주재 인도대사에게 통보했다. 또 다른 소프트웨어회사 마인드트리의 N 크리시나쿠마르 사장도 인도 정부에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작업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인도 발전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핵전쟁은 안 된다’는 강력한 여론이 조성돼 인도정부를 압박했다.

프리드먼씨는 “IT기업의 이 같은 로비는 1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도 인도의 지도자들은 파키스탄을 대할 때 이 같은 점을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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