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 12주년…타임誌 '美 이라크침공 3대 시나리오'

  • 입력 2002년 8월 2일 17시 38분


《미국의 이라크 공격 임박설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쟁 시기와 방식, 공격의 타당성, 승리 가능성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12주년을 맞아 미국의 이라크 공격 시나리오와 중동의 역학관계, ‘포스트 후세인’ 정권 구도 등에 대해 조망했다.》

(1)案 대규모 공습+反軍과 합동작전

(2)案 美-英연합군, 수도 바그다드 점령

(3)案 지상군 중심 25만명 투입 장기전

▽3대 공격 시나리오〓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격 시나리오는 세가지.

‘아프간 모델’은 최정예 지상 특수부대의 주도로 대대적인 공습을 가해 초반 기선을 제압하는 것. 지상에서는 이라크 반군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이라크의 막강한 군사력을 제압하기가 쉽지 않고 아프가니스탄과는 달리 이라크 반군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5만여명의 미영 연합군을 동원해 수도 바그다드를 점령하는 것.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배치하기 전에 바그다드 군사령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나 바그다드 점령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데저트 스톰Ⅱ’는 50만명이 동원됐던 1991년 걸프전때와 마찬가지로 지상군 중심으로 25만명의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것. 병력 규모가 큰 만큼 승리의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군의 능력으로 볼 때 병력 낭비라는 비판도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3대 시나리오
개전 시기병력 규모수행 방식
아프간 모델(Afghan Model)단기전(조만간 개시)최정예 공군+지상부대·지상군 주도하에 대규모 공습·이라크 반군과 합동작전·이라크 정부군내 이탈자 규합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단기전(10월중 개시)5만명·바그다드 점령 우선 목표·이라크 무기 배치 사전 무력화·대규모 민간인 피해 우려
데저트 스톰Ⅱ(Desert StormⅡ)장기전(내년 3월 개시)25만명·터키, 요르단, 쿠웨이트 등 주변국 기지 사용·패배 가능성 가장 적음

▼아랍권 설득-후세인 제거이후 구도 苦心▼

▽중동 역학관계와 ‘포스트 후세인’ 구도〓그동안 미국이 주도했던 많은 전쟁들과는 달리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번 이라크 공격에 대한 정보들을 의도적으로 유출시키고 있다. 이는 이라크 공격에 반대해온 사우디아리비아 요르단 시리아 터키 이란 등 주변국을 설득하기 위한 것. 부시 행정부는 주변국들이 사담 후세인 정권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왔던 만큼 미국측에 협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이와 함께 ‘포스트 후세인’ 구도를 짜는데 부심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다음주 워싱턴에서 이라크내 반(反)후세인 지도자들과 만나 이라크 전쟁 승리후 ‘포스트 후세인’ 정국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반대파 지도자들 중 미국 지원 세력이 없다는 것이 미국의 고민.

이슬람 수니파(15%)로 이뤄진 후세인 정부의 반대 세력은 미국의 적대국인 이란의 지지를 받는 시아파(60%)와 미국의 우방인 터키에서 분리운동을 펼치고 있는 쿠르드족(20%)으로 구성돼있다. 공격 반대파들은 미군이 승리를 거둔 후 친미세력이 없는 이라크에서 오랫동안 주둔할 경우 아랍권의 반미 감정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라크 ‘초조한 여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아직 논의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이라크로서는 가슴 졸이는 나날들이다.

이라크의 타하 야신 라마단 부총리는 2일 유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복귀를 위한 회담을 “조건 없이 재개할 것”을 유엔에 촉구했다. 이에 앞서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도 초청됐다. 주권침해를 이유로 무기사찰 논의 자체를 반대해온 것에 비춰보면 전면적인 입장선회다.

이라크는 쿠웨이트 침공 12주년 기념일인 1일 쿠웨이트에 양국 친선관계에 새 장을 열자며 다시는 침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쿠웨이트 점령 당시 약탈한 문서도 돌려주겠다고 했다. 이라크는 이집트와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자유무역지대 설립 협정을 체결하거나 추진하며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체제 내의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망명 중인 이라크 공산당(ICP)은 1일 칼림 모하메드 알 하쉬미 등 민간인 3명이 반란혐의로 이라크 당국에 의해 지난달 처형됐다고 발표했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공군지휘부와 회동, 방공태세를 점검했다. 하미드 리자 실라 공군사령관은 “영토를 침범한 어떤 침략자도 격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고했다.

반면 반군세력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9일 미국의 마크 그로스먼 국무차관과 더글러스 페이스 국방차관의 초청으로 워싱턴에서 열리는 이라크 반군 회동에 앞서 이란의 테헤란에서 그동안 반목해온 6개 반군세력간의 회동이 추진되고 있다.

▼“때려야” “참아야”찬반 논란 확산▼

‘체니-럼즈펠드 대(對) 파월-테닛.’

미국 군부와 의회를 중심으로 조성됐던 이라크 공격 찬반 논란이 조지 W 부시 행정부내 핵심 4인방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주도하는 공격 강행론은 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처음 대두됐던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 득세해왔다. 그러나 최근 공격 반대를 외치는 국제사회 여론과 국내 전문가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신중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파월 장관의 일관된 신중론에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 토미 프랭크스 중부군 사령관 등 최고위급 군지도자들이 동조하면서 평소 대립적이던 국무부와 군부 사이에 동맹관계까지 구축되고 있다.

현재 국방부내에서는 공격을 지지하는 럼즈펠드 장관 및 민간인 중심의 작전수립 부처와 반대론을 펴고 있는 태평양, 걸프만, 아프가니스탄 등에 파견된 현지사령부 사이에 커다란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은 지난달 31일 상원 이라크 청문회에 출석해 “이라크에 대한 경제 제재와 외교 협상이 큰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면서 “다른 테러 지원국가들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는 선제 공격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한 관리는 “군 지휘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파월 장관과 테닛 국장이 설득에 나설 경우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4년 대선때까지 공격 결정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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