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6개국 700만명 餓死위기

  • 입력 2002년 6월 23일 17시 55분


동남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말라위의 한 시골마을. 흙먼지 날리는 움막집에서 참부키라 (36·여)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향해 몇 시간째 비가 오기만을 빌고 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4명의 자녀는 퀭한 눈으로 그녀를 응시한다.

세간도 이제 남은 게 없다. 4개월 전 주식인 옥수수가 떨어지면서 식량을 사기 위해 기르던 양을 팔았고, 최근엔 냄비와 우산, 찌그러진 양동이까지 모두 처분했다. 하늘이 돕지 않는다면 곧 굶어죽어야 할 판이다. 최근 4개월 새 이 동네에서만 14명이 영양실조로 병들어 숨졌다.

올 들어 극심한 기근이 말라위 짐바브웨 잠비아 레소토 모잠비크 스와질란드 등 동남아프리카 6개국을 휩쓸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3일 “이들 6개국 700만명의 주민이 아사(餓死)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들의 식량난은 아프가니스탄, 북한 등 세계 어느 지역보다 심각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유엔 관리들은 이들 지역 주민이 바나나 뿌리와 호박잎, 옥수수 껍질, 야생 과일 등을 찾아 산과 들을 헤매지만 이것조차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여기저기서 수백명씩 말라리아와 콜레라로 숨진다는 것. 모두 영양실조로 허약해진 사람들이다. 올 들어 말라위의 영양실조로 인한 환자는 지난해에 비해 80%나 늘었다.

이들 6개국의 식량난이 이처럼 심각해진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상 기후 때문. 최근 2년 간가뭄과 홍수가 겹치는 바람에 주식인 옥수수 수확량이 50∼70%씩 크게 줄었다.

정부 관리들의 부패와 정정 불안도 요인이다. 말라위에서는 선진국에서 지원한 16만7000t의 식량을 정부 관리들이 주민들에게 나눠주지 않고 다른 나라에 팔아 유용했다. 그동안 식량 생산이 충분했던 짐바브웨는 정부가 백인들의 대규모 농장을 강제로 빼앗으면서 올 생산량이 70%나 줄었다.

유엔 식량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리는 “시골 농민들의 식량 창고가 75% 가량 빈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다음 수확기가 시작되는 9월까지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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