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밸리가 미래다”

  • 입력 2002년 6월 15일 22시 33분


미국의 여러 주 및 도시들이 대표적인 미래형 산업으로 꼽히고 있는 생명공학 기업 유치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최근 수년간 미 50개 주 가운데 41개 주가 정보통신 분야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생명공학 밸리를 구축하기 위한 유치 프로그램을 개설했다고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최근 보도했다.

미시간주는 앞으로 20년 동안 연구지원 등에 매년 5000만달러, 총 10억달러를 투자해 디트로이트에서 그랜드래피즈에 이르는 지역을 ‘생명과학회랑(LSC)’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만 22개 관련 기업들이 이 지역으로 이주했다.

뉴욕주는 올해 생명공학 연구지원비로 2억2500만달러를 배정했으며 이 분야 창업기업 인큐베이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켄터키주는 각 대학의 이 분야 핵심 연구요원의 봉급을 지원해 주는 ‘두뇌유치’제도를 계획 중이다. 위스콘신주는 6500만달러, 펜실베이니아주는 1억달러를 생명공학 창업기업에 각각 투자할 방침이다.

10∼15일 생명공학산업협회(BIO) 후원으로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기업유치 박람회 ‘BIO 2002’에는 미국 내 130개 주 및 도시들이 대거 참여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최근 유치 경쟁에 뛰어든 이들 지역의 경쟁상대는 1970년대부터 생명공학 산업을 주도해 온 보스턴 뉴욕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등 동부 및 서부해안의 9개 대도시 권역. 브루킹스연구소가 1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대도시권역의 생명공학 기업은 미 국립보건원(NIH)의 연구지원자금의 60%와 작년까지 7년간 벤처캐피털의 투자자금 84.5%를 독차지했다.

새로 유치 경쟁에 뛰어든 지역들은 보스턴 등 대도시에 비해 연구소나 건물을 지을 땅이 넉넉하고 값도 훨씬 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이 이미 기반을 다진 9개 대도시권역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대부분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투자와 창업 지원 성과가 10∼20년 지난 뒤에야 나타나는 생명공학의 특성상 예산감축 압력을 받는 주 정부 및 시(市)들이 현재와 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장기간 운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욕주의 경우 지원자금이 처음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또한 생명공학 기업을 끌어오더라도 해당 지역의 고용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부정적인 요인. 언스트 앤드 영, 딜로이트 앤드 투시 등 컨설팅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생명공학 업체의 평균 고용인력은 50∼150명 수준으로 미 전역에 있는 총 1457개 생명공학 회사에서 일하는 종업원을 다 합해도 19만1000명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도 “9개 대도시권의 경우에도 생명공학 인력이 전체 제조업 인력의 3.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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