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파 지도자 딜레마

  • 입력 2002년 5월 30일 18시 43분


‘실전(實戰)보다 설전(舌戰)이 진실?’

금방이라도 전면전을 벌일 것 같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실제로는 전면전을 피하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30일)와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 인터넷판(29일) 등이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의 ‘강력 보복’ 경고나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전면전 불사’ 선언은 자국민을 만족시키기 위한 언어적 수사(修辭)에 불과하다는 것.

신문은 양국이 임시 국경선인 카슈미르 통제선(LOC)에서 14일째 포격전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면전이 벌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양국은 14일 카슈미르에서 인도군 가족 34명이 몰살을 당한 이후 국경에 100만명 병력을 집결시킨 상태. 27일엔 전술핵도 배치했다. 파키스탄은 인도 수도 뉴델리를 폭격할 수 있는 사거리 1500∼2000㎞의 미사일 실험까지 마쳤다.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형세.

양측의 협박 공세는 마치 전면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전쟁 준비는 끝났다”, “승리는 우리 것”, “핵전도 불사” 등 무시무시하다.

이런데도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양국 지도자의 딜레마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군부의 지지 아래 권력을 잡은 무샤라프 대통령은 전쟁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카슈미르 민병대에 대한 지원을 완전히 끊을 경우 정치적 기반이 붕괴될지도 모르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렇다고 자폭테러 등 극단적인 테러를 지원할 수도 없다. 미국은 알 카에다 조직원 일부가 이들을 지원한다고 믿고 있다. 또 인도와의 전면전은 위험스럽기 짝이 없다.

인도의 바지파이 총리도 어려움이 많다. 잇따른 테러로 병력을 국경에 배치하긴 했지만 군사력이 승리를 장담할 만큼 월등히 우세한 것도 아니다. 파키스탄엔 핵무기도 10기 이상 있다. 또 미국과 영국 등은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쉽사리 물러났다가는 연정으로 버티는 그의 정치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첨예한 대치는 자칫 양국 지도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우발적인 전면전을 가져올 수도 있다. 미국과 영국 등이 양국을 오가며 대치 상태 종식에 발벗고 나서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인도-파키스탄 설전(舌戰)
인도날짜파키스탄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바지파이 총리)5.29“1인치라도 넘어오면 적을 괴멸시킬 폭풍우를 쏟아부을 것”(무샤라프 대통령)
“의사당 테러 때 공격했어야 했는데…”(바지파이)5.27“피 한방울 남을 때까지 싸우겠다”(무샤라프)
“미사일 발사는 고도의 도발 행위”(정부 대변인)5.25“전쟁 두려워 않는다”(무샤라프)
“테러와 단호하게 맞서 싸울 때”(바지파이 )5.22“어떤 침략에도 맞서 싸울 것”(무샤라프 )
“테러공격에 보복할 터”(바지파이)5.21“공격시 전면 보복”(무샤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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