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 인터넷기업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이 인수합병 사상 당시로는 최고액수인 1560억달러어치의 주식을 주고 타임워너사를 합병한 데 이어 그 해 12월 프랑스 굴지의 미디어그룹 비벤디가 유니버설스튜디오를 갖고 있는 미국의 시그램사를 인수해 이 같은 우려가 짙어졌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월스트리트저널은 “거대 미디어기업들이 영화와 음악, TV쇼 같은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을 결합, 미디어산업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오히려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AOL 타임워너의 경우 주가폭락으로 인해 기업의 시장가치로 1170억달러를 날려버렸다. 비벤디 유니버설 역시 시그램을 인수한 이후 주가가 60%나 떨어졌다. 올 1·4분기에 두 기업은 540억달러(AOL 타임워너), 153억달러(비벤디 유니버설)라는 기록적인 손실을 봤다.
그룹 내에서 생산한 다양한 콘텐츠를 인터넷과 결합하려는 두 기업의 전략이 적중하지 못했기 때문. AOL 타임워너의 경우 소비자들이 타임워너가 제공한 TV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동시에 인터넷을 검색하고 인스턴트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쌍방향 AOL TV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실패했다.
비벤디 역시 언제 어디서든 자사가 생산한 영화와 음악을 제공할 수 있는 무선포털회사 비자비를 세웠지만 운영난으로 지분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독일 최대의 미디어그룹 베텔스만도 자사가 출판한 책과 음악을 인터넷을 통해 공급하는 사업부문에서 지난 18개월 동안 거의 10억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합병에 따른 상호지원 효과도 크지 않았다. 지난해 AOL 타임워너의 계열사인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A.I.’의 경우 AOL이 초기화면에서 집중적으로 선전해줬음에도 흥행에 참패했다. 반면 소니의 경우 선전해줄 인터넷 인프라나 케이블 TV가 없지만 지난주 개봉한 ‘스파이더맨’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결국 얼마나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지난해 워너뮤직이 발굴, AOL이 집중 홍보했던 10대 그룹 에덴스 크러시가 고작 37만6000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한 반면 미디어재벌의 지원이 없었던 라이벌 10대 그룹 오-타운이 160만장의 데뷔 앨범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 단적인 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AOL+타임워너’ 사례▼
신구 경제의 결합으로 주목받았던 AOL 타임워너사 내부에서 ‘파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경제 격주간지 포천이 13일자로 보도했다.
포천 자신도 AOL 타임워너의 계열기업 중 하나다.
AOL 타임워너는 AOL이 타임워너를 인수하는 형식으로 결혼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너지 효과를 입증할 만한 ‘자식’을 낳지 못하고 있다. ‘신부’격인 타임워너는 돈을 벌고 있지만 ‘신랑’인 AOL은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 1·4분기에 AOL의 광고와 영업수입은 31%나 격감했다. 반면 워너브러더스는
영화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으로 떼돈을 벌고 있으며 타임워너계열의 케이블 방송은 1·4분기 수익이 두 배나 늘었다. 시사주간지 타임도 현금 보유액이 14%나 늘었고 워너뮤직의 수입도 늘었다.
그러자 타임워너 출신들은 AOL 때문에 주가가 폭락한다고 보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 같은 불만은 지난달 22일 뉴욕타임스 등에 AOL이 떨어져나갈지 모른다는 기사로 나타났다.
포천은 이 회사의 지분 3.6%을 보유하고 있는 타임워너 출신의 테드 터너나 역시 주요 투자자인 존 말론 회장(리버티 미디어 소유주)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맨주먹으로 AOL을 일구고 AOL 타임워너의 회장직을 거머쥔 스티브 케이스(43)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는 오랜 침묵을 깨고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세상은 점점 더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있어 우리 전략이 옳았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포천은 “세상은 그럴지 몰라도 AOL 타임워너의 계열기업들은 전혀 연결돼 있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