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상호주의 적용을”

  • 입력 2002년 4월 8일 18시 00분


《‘21세기 강국으로서의 한국’을 주제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아시아연구소가 주최하는 국제회의가 3∼6일 케임브리지대에서 열렸다. 이 회의에는 박근혜(朴槿惠) 김근태(金槿泰) 의원, 정운찬(鄭雲燦) 서울대 교수, 전성철(全聖喆) 산업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 위원장과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국대사, 웬디 셔먼 전 미국 대북정책조정관 등이 참석했다. 이 회의와 함께 5∼7일에는 한국과 영국간 우호증진을 위해 설립된 한영포럼 10차 연례회의가 열렸다. 한국 측에서 한영포럼 명예회장인 강영훈(姜英勳) 전 국무총리와 이경태(李景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배순훈(裵洵勳) 전 정보통신부 장관, 정몽규(鄭夢奎) 현대산업개발 회장, 김학준(金學俊) 동아일보 사장 등 19명이, 영국 측에서 로드 리처드 한영포럼 공동회장, 찰스 험프리 주한 영국대사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주요 참석자들의 발언요지와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 요약.》

▲‘21세기 강국으로서의 한국’ 회의

▽박근혜〓한국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상호주의를 지켜야 한다. 상호주의 적용으로 남북관계가 단기적으로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칙에 입각한 남북관계로 갈 수 있다.

▽보즈워스〓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군사적 성공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직접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강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한국 내에 있다. 그러나 한미 동맹관계는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데 겪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굳건하다.

▽셔먼〓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은 한반도 주변지역의 안정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있다. 부시 행정부는 북-미 제네바 합의를 준수하고 북한에 중유도 계속 공급해야 한다.

▽김근태〓지역주의에 기초한 한국정치는 민주적 대표성을 왜곡시킨다. 5년 단임 대통령제는 경쟁을 과열시키고 지역주의를 심화시키는 원인이다. 4년 중임제와 부통령제 도입이 ‘모 아니면 도’식의 사활을 건 경쟁을 완화할 수 있다.

▽정운찬〓성장잠재력은 거시변수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기업지배구조 등 미시적 요소가 건전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 건전성을 판단하는 은행의 개혁이 필수적이며 은행을 감독하는 금융감독기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은행이 기업 건전성을 효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기업의 재무구조도 투명해져야 한다.

▽전성철〓현재 산자부에 속해 있는 무역위원회와 외교통상부 소속 통상교섭본부는 각각 독립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 산자부(국내산업 보호)와 무역위원회(공정거래 질서보장), 외교통상부(선린우호)와 통상교섭본부(경제적 실익)의 기본적 추진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영포럼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의 ‘세계정세와 한반도’ 주제 발표로 시작된 6차례의 분과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한국과 영국의 국내정치와 유럽 문제, 양국의 교역 교육 문화 관광 교류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의견을 나눴다.

이경태 OECD대사는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급증해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0.7%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액을 향후 3년 동안 20%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영국기업의 한국 내 투자증진을 촉구했다.

리처드 포럼 회장은 “영국은 당분간 노동당의 집권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험프리 대사는 “급성장하는 한국 영어시장에 영국의 접근이 원활하도록 한국 측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영국)〓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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