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CEO ‘버핏의 비밀’

  • 입력 2002년 3월 22일 17시 48분


작년 8억달러(약 1조원)를 번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연봉은 얼마나 될까. 게다가 그가 ‘주식 투자의 귀재’란 별명을 가진 워런 버핏(71)이고 재산이 350억달러(약 45조5000억원)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에 이어 미국의 두 번째 부자라면?

고액연봉이나 스톡옵션을 통해 한 해 수천만달러 이상을 버는 CEO가 많지만 버핏의 연봉은 종전처럼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에 머물러 있다고 미 언론이 20일 전했다. 최근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의 보도대로 작년 미국의 고액 연봉자 1∼3위인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회장(7억600만달러·약 9178억원) △광섬유 장비업체인 JDS유니페이스의 조지프 스트라우스 회장(1억5000만달러·약 1950억원) △제약회사 포리스트LAB의 하워드 솔로몬 회장(1억4800만달러·약 1924억원) 등에 비하면 0.1%도 안되는 액수다.

투자 및 보험회사의 지주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인 버핏 회장은 이달 초 회사 연례보고서에서 “많은 주주들이 주가하락으로 억대의 손실을 입고 고생하는 반면 그런 재앙을 초래한 CEO나 회사 중역들이 엄청난 돈을 들고 간다”면서 스톡옵션을 비난했다.

엔론 사태를 계기로 일부 기업의 CEO들이 회사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쳐가면서 돈을 벌어들이는 행태가 공개되는 상황에서 버핏 회장의 사례는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버핏 회장은 검소한 생활로도 유명하다. 그는 고향인 네브래스카 오마하의 회색 벽돌집에 사는데 이 집은 40년 전 3만1500달러(약 4095만원)에 매입한 것. 그는 가판대까지 걸어가 신문을 사 보며 버거나 스테이크에 코카콜라로 식사를 한다.

그는 자신의 사후에 재산의 1%가량만 부인에게 물려주고 나머지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에 기부하며 세 자녀에게는 한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버핏의 투자기법▼

11세 때 주식, 12세 때 경마에 손을 대고 고교 졸업 때는 회사를 경영했던 버핏이 투자방법을 익힌 것은 ‘가치투자’로 유명한 벤저민 그레이엄을 만나면서부터였다. 그레이엄의 책에 매료됐던 버핏은 그의 제자 겸 종업원으로 실전을 익힌 뒤 고향으로 돌아와 펀드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투자기법의 기본은 저평가돼 있어 언젠가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 주식을 찾아내는 것. 1963년 카드회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금융 스캔들에 휘말려 곧 쓰러질 것 같던 분위기에서 그는 과감하게 주식을 매입해 5배를 번 것이 한 사례다. 또 1988년 코카콜라는 주당 11달러에 거래됐는데 브랜드파워나 해외매출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그는 매입에 나섰고 현재 주가가 60달러를 기록 중이어서 100억달러 이상을 벌었다.

버크셔의 투자규모가 커가도 그는 코카콜라, 질레트 등 고전적인 우량기업에만 투자했다. 작년 5월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주주총회 때는 1만4000명이 참석해 6시간 동안 문답을 나눴다. 인터넷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버핏은 “인터넷기업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예측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10년, 20년 후의 대차대조표가 ‘눈에 보여야’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 “시장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개별 기업을 본다”는 것이다.

다음은 그의 투자원칙 요약. ①욕심을 억제하고 투자과정 자체에 매력을 느껴라. ②앞으로 10년간 증권거래소가 문을 닫아도 상관없다고 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면 사지 말라. ③다른 사람의 의견에 좌우되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라. ④충분한 지식을 쌓아 마음의 평안과 자신감을 지녀라. ⑤주식업종 선택에 유연하라.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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