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중동평화안 급부상

  • 입력 2002년 2월 25일 18시 10분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더 밝게 다가오는 것일까.

2000년 9월에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충돌이 1100여명의 사망자를 내고 18개월 동안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아랍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븐 압둘 아지즈 압둘라 왕세자가 밝힌 중동평화안이 각국의 지지 속에 급부상하고 있다.

압둘라 왕세자가 17일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밝힌 이 구상은 이스라엘이 67년 6월 6일 전쟁에서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 동예루살렘에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승인하면 아랍연맹 소속 22개 회원국이 이스라엘과 동시에 수교해 안보를 보장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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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론총리도 상당한 관심표명

이집트와 바레인 등 아랍국가들과 유럽연합(EU), 그리고 당사자인 팔레스타인 및 이스라엘 내의 중도파와 좌파도 단순명료한 이 제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미국도 매력적인 제안으로 보고 이집트 사우디와 협의에 착수했다.

다음달 2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간의 평화협상을 중재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다음달 27일 베이루트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제안을 뒷받침하는 결의안이 채택될 경우 평화로 가는 결정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평화안이 급물살을 타는 것은 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87년 12월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군 트럭과 충돌해 동족 4명이 숨진 사건에 항의하다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아 1000여명이 숨지자 1차 인티파다(무장봉기)를 시작했다. 거의 7년 간의 유혈충돌은 93년 오슬로 평화협정으로 종식됐다.

당시 협정으로 96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수립됐다. 하지만 동예루살렘 귀속과 이스라엘의 점령지 정착촌 처리, 팔레스타인 난민 귀국문제 등에 이견을 보여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서 철수하지 않았다. 그리고 2000년 9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부정하는 샤론 정부가 들어서면서 2차 인티파다가 시작됐다.

이번 사우디의 제안은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오슬로 협정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스라엘측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은 사우디의 제안을 ‘획기적인 변화’라고 평가했으며 샤론 총리는 24일 각료회의에서 이 평화안을 진척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샤론 총리의 소속당인 리쿠드당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전복시켜야 한다는 벤야민 나탄야후 전 총리의 노선에 기울어 있어 협상에 최대의 장애가 될 전망이다.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사우디가 제안한 중동평화안
이스라엘의 조치중동 22개국의 조치
67년 6일전쟁 이전 국경으로 철수 이스라엘과 수교, 국가 안전 보장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동예루살렘내 유대인 성지 및 거주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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