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입헌군주제 선포… 여성에도 선거권

  • 입력 2002년 2월 15일 17시 58분


세습 군주 일가가 전권을 행사해 온 중동의 소국(小國) 바레인이 14일 입헌군주제로의 정체(政體) 전환을 선포하고 의회 구성을 위해 10월 24일 총선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바레인은 특히 여성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부여했다.

대부분 토후(土侯)나 이슬람 군주(술탄) 통치체제인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6개 국가 중 실질적으로 정부 감시기능을 지닌 선출 의회를 두기로 한 나라는 바레인이 처음이다.

바레인의 입헌군주제 전환은 전통적인 토후체제를 유지해 온 걸프 연안국들의 보수정치 풍토를 뒤엎는 일대 진전으로 평가된다.

바레인 통치자인 셰이크 하마드 빈 이사 알 할리파는 지난해 통과된 수정 헌법에 동의해 자신이 국왕에 즉위하고 국체는 왕국으로 전환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그는 “의회와 국가재정 감시기구, 헌법재판소를 둘 예정”이라고 밝히고 “총선에 앞서 5월 9일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도 실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양원제로 구성되는 바레인 의회 가운데 한 쪽은 국왕이 각계 전문가를 임명해 구성하고, 다른 쪽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다. 앞으로 행정기관을 감시할 권한은 본질적으로 의회에 귀속된다. 그러나 최종적인 국사 결정권은 국왕이 행사한다.

걸프협력회의 소속 국가 중 쿠웨이트가 유일하게 입헌군주제를 표방하며 의회를 두고 있지만, 실제로는 세습 군주가 행정 입법 사법 3권을 장악하고 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등 나머지 국가는 모두 세습 왕정제이며 임명직 협의체가 의회 구실을 대신하고 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마나마(바레인)AP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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