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공화 ‘악의축’ 본격설전

  • 입력 2002년 2월 13일 17시 56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을 둘러싼 공방이 여전히 치열한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대북한 강경기조가 수그러들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온건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추세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19일)이 다가오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의회〓그동안 직접적인 비난을 삼가던 민주당 지도부는 본격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상원 원내총무인 톰 대슐 의원은 12일 PBS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북한 이란 이라크 등 3국이 미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위협과 이라크의 위협을 동일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은 이라크와 차이점이 있다”면서 “북한의 경우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 등 주변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공화당의 척 헤이겔 의원(네브래스카)은 “미국은 채찍을 가지고 있되 북한에 대해 유화적으로 말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커다란 채찍을 갖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미 외교협의회(CFR)의 연구원 모튼 아브라모위츠와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 대사는 11일자 워싱턴포스트 공동 기고문에서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은 한반도에서 위험스러운 결과를 단계적으로 초래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약화되고 있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입지를 더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은 미 고위관리들의 어떤 수사(修辭)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다루는 과정에서 적대감을 분명히 드러냈다”고 지적하고 “미국이 고립과 지원 중단을 통해 북한정권을 붕괴시키려 한다면 북한의 주요 원조국인 중국과 맞서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지타운대의 빅터 D 차 교수(아시아 프로젝트)도 10일 LA타임스의 기고문에서 “포용정책이야말로 미래에 북한을 응징할 국제연대를 구축하는 가장 실질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오늘의 당근이 내일의 가장 효과적인 채찍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뉴욕타임스는 10일 ‘북한도 자체 축(軸)을 갖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빌 클린턴 전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북한은 국제협정 준수능력을 보여온 점에서 이라크와 다르고, 테러행위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이란과 다르다”면서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는 핵전쟁이나 화학전쟁이 아니더라도 한국과 3만7000여명의 주한미군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는 점에 가공할 만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악관 반응〓대슐 의원의 비판에 대해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동일시한 것은 그들이 국무부 보고서에 지목된 테러지원국가일 뿐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이를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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