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의 파산제도]법정관리후 악화땐 청산 돌입

  • 입력 2002년 1월 24일 18시 11분


파산을 선언한 것일까, 신청한 것일까.

지난해 10월 즉석인화 카메라로 잘 알려진 폴라로이드에 이어 지난달에는 엔론, 22일에는 K마트 등 미국 대형 기업들의 ‘파산’ 소식이 줄을 이으면서 미국 파산제도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일단 용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미 언론의 표현은 ‘파산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file for bankruptcy)’는 것. 또 실질적으로 ‘파산 신청’을 통해 돈이 없어 빚을 갚지 못한다는 걸 공표하기 때문에 파산을 선언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답은 둘 다 아니다.

미 파산법에서 파산과 관련한 조항은 챕터(chapter) 11과 7 두 가지다. 챕터 11은 법적으로는 한국의 회사정리에 해당하는 조항. 관행적으로 회사정리 대신 법정관리라는 표현이 더 많이 쓰이고 있다.

기업들은 채권자들이 채권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회사가 파산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1차적으로 챕터 11을 법원에 신청한다.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채권 채무가 정지되고 이때부터 채권자를 중심으로 위원회가 구성돼 회사측과 함께 회사 회생 방안을 마련한다.

미국의 특징은 한국과는 달리 챕터 11을 신청한 기업의 대표가 계속 경영권을 갖는다는 점. 더욱 다른 점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 임원에 대해 계속 일하는 조건으로 보너스를 지급할 수 있다는 것.

엔론은 지난달 법정관리 신청 후 기업 임원진에 5500만달러(약 715억원)의 ‘유지 보너스’를 지급했다. 폴라로이드도 1900만달러를 지급했다. 기업 회생에 필수적인 인원이기 때문에 돈을 줘서라도 잡아둬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기업을 망치게 한 장본인들이 수많은 직원들이 해고되는 가운데 보너스를 받는다는 것은 미국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폴라로이드나 엔론, K마트 모두 챕터 11을 신청했다. 때문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표현이 정답이다.

챕터 7은 기업의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청산절차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그야말로 파산이다. 청산절차에 들어가면 담보권이 있는 채권자와 담보권이 없는 채권자, 회사채 보유자 순으로 빚을 회수할 수 있다. 주식 보유자들은 한푼도 못 받는다.

서울지법 파산부의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의 회생률이 미국은 30%, 한국은 40%대”라고 말했다.

한국에는 법정관리와 파산 외에 화의라는 전 단계가 있다. 채무 기업과 채권자들이 기업회생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것은 법정관리와 같지만 언제든 채권자들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정관리와 다르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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