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를 선언한 아르헨티나와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닐까. 세계 최대 채권국의 하나인 일본을 아르헨티나와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그럴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이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채무 부문평가에서 일본의 신용등급은 슬로바키아와 같은 등급으로 떨어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본 부실채권의 규모는 68.6%로 아르헨티나의 52%보다 오히려 높다.
회계법인 KPMG 일본 지사의 다케시 기무라 사장은 최근 배포한 KPMG 뉴스레터에서 “‘일본 주식회사’의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것을 보고 외국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일제히 ‘팔자’ 주문을 낼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촉발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막대한 자본 유출은 엔화의 약세를 가속화하고 수입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상품가격이 떨어지는데도 소비가 위축돼온 지난 몇 년간의 디플레이션 대신 상품가격은 오르고, 소비는 얼어붙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아주 단순화시킨다면 국가부채 지불유예 선언 직전의 아르헨티나와 유사한 셈이다.
미 기업연구소(AEI)의 연구원인 존 매킨은 이달 초 막대한 부실채권 문제를 시한폭탄에 비유하며 “일본이 제때 폭탄 뇌관을 해체하지 못해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체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일본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관측한 바 있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