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大주최 국제학술대회 美서 열려

  • 입력 2001년 12월 13일 18시 02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외교 노선은 대 테러전쟁 이후 오히려 강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도 당분간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고려대 주최 한미관계 국제학술대회 참석자들이 12일 전망했다.】

‘국제사회의 새로운 위협과 한미동맹 관계’라는 주제로 12일 워싱턴 조지타운대 콘퍼런스 센터에서 개막된 이번 학술대회(동아일보 후원)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지의 60여명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해 9·11 테러사태 이후 미 외교정책의 변화와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美 주요관심 곧 동북아로▼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거의 끝나가면서 미국의 주요 외교적 관심은 한두 달 안에 한반도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지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능력을 고려할 때 초보적 수준의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를 개발할 위험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서방국가들과의 외교관계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는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고려할 때 북한이 이라크와 같은 확전 대상국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北 개도국 나아가는 과정▼

존 메릴 미 국무부 아시아국 국장은 “북한은 극도로 군사화된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정점으로 한 북한 지도부의 명령체제는 아직 건재하기 때문에 개방정책에 대한 보수파들의 반발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핵문제 다시 거론될수도▼

셀리그 해리슨 센추리 재단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국제 공조체제 구축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독자적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대북 핵사찰을 고집할 경우 북-미관계가 전쟁 직전까지 갔던 94년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美 다변주의 일시적 정책▼

로버트 리버 조지타운대 교수는 “냉전 종식 이후 거의 실종됐던 미국의 외교정책이 9·11테러 이후 새로운 ‘적’이 나타나면서 다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대 테러전쟁 이후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다변주의(Multilateralism)’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전쟁 승리를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일방주의(Unilateralism)’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中 한반도영향력 커져▼

아서 월드론 펜실베이니아대 외교학과 교수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 중에서 국내 정치 경제 문제가 산적한 일본과 러시아를 제치고 중국의 발언권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중국 견제’ 정책과 중국의 민주화 부진 등으로 인해 중국의 대한반도 영향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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