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서울타운미팅’ 외국인 생활불편 토론

  • 입력 2001년 11월 28일 18시 42분


“왜 외국인들은 집을 얻을 때 2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그것도 선불로 내야 하죠?”

“고급 승용차를 타고 가면 한국인들은 그렇게 친절할 수 없는데, 그냥 길을 걸어가면 무관심할 뿐이에요.”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두 번이나 성추행을 당했어요.”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회 ‘서울타운미팅’에서 주한 외국인들은 ‘서울의 이색적인 경험’을 이렇게 밝혔다. 이날 행사는 서울시와 외국인투자자문회의(FIAC)가 서울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한 것이다.

이날 참석한 100여명의 외국인들은 교육, 환경, 교통, 문화생활 및 주택 등 4개 분야로 나눠 2시간 넘게 난상토론을 벌였다. 뼈아픈 지적도 많았다.

참석자가 가장 많았던 문화생활 및 주택 분야. 앤디 샐런은 “잘만 개발하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는 거리의 포장마차를 왜 단속하느냐”며 “내년 월드컵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제임스 블라직은 “서울의 집들은 처음엔 말끔하지만 지은 지 2∼3년만 지나면 금세 낡고, 곰팡이가 생긴다”며 주택 시공 기술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주한 미 상공회의소(AMCHAM) 임원인 스티븐 매키니는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들이 집을 구하려면 성북동 한남동 방배동 등 특정 지역이 아니면 쉽지 않다”며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핼시언서치사 잭 카림 이사도 “그래서 거주지별로 외국인을 ‘성북 마피아’, ‘이태원 마피아’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호응했다.

또 P&G그룹 한국지사장 알 라즈와니는 “한국인들을 자주 만나면 한국을 이해하고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도 쉬울 텐데 좀처럼 기회가 없다”며 상호교류의 장을 마련해줄 것을 건의했다.

한편 짐 데키 등은 “노력하지 않는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외국인이라고 특별히 대우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적극적으로 어울리려고 애써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이와 함께 △거리에 쓰레기통이 부족하다 △소음공해가 심하다 △실속 있는 주택정보를 얻기 힘들다 △월드컵 훌리건 난동에 대한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것 같다는 등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 밖에 교육 분야에서는 자녀를 믿고 맡길 만한 학교와 외국인 기숙사를 늘려야 한다는 건의가 많았고, 환경 분야에서는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승용차 부제 운행, 출근시간 차등제 등을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서울시는 이날 제기된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정책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딜로이트컨설팅사 제임스 루니 부회장은 “지난해 1차 서울타운미팅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 상당 부분 현실화된 것 같다”며 “지난해 건의된 이후 내가 살고 있는 동네도 이제 지도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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