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지식인들 ‘이슬람 참모습 알리기’ 나섰다

  • 입력 2001년 11월 27일 18시 44분


"평화와 자비의 종교인 이슬람의 참모습이 왜곡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맙시다"

9·11 테러 이후 침묵하며 고뇌해 온 아랍권 지식인들이 문명간의 대화와 이슬람의 참모습 전파에 적극 나서기로 결의했다.

이슬람과 서방간의 갈등 극복을 모색하기 위해 26, 27일 이틀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연맹회의. 22개 회원국의 교육 문화 담당 장관, 학자, 종교지도자, 언론인 등 100여명의 지식인들은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이슬람과 지구촌 전체의 장래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문명간의 대화

충돌이 아닌 교류를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의 주된 논제들은 △이슬람에 대한 서방세계의 편견은 왜 생기는가 △그 편견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문명간의 충돌을 어떻게 대화로 이끌어갈 것인가 등.

참석자들은 이슬람에 대한 서방의 오해는 7세기부터 시작돼 십자군전쟁에 의해 본격화됐으며 1948년 이스라엘 건국에 따른 계속된 분쟁으로 극도로 악화됐다고 지적하고 오해를 지속,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서방언론을 꼽았다.

서구인들이 TV 화면을 통해 거의 매일 접하는 것은 베일을 쓴 이슬람 여성, 성전(聖戰)을 외치는 과격한 이슬람 족장들, 반미 구호를 외치는 마스크 쓴 시위대들이다. 특히 9·11 이후 가무잡잡한 납치범들의 일그러진 얼굴사진, 오사마 빈 라덴을 칭송하며 환호하는 파키스탄인과 테러에 환호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영상이 온건한 이슬람의 이미지를 압도해 버렸다.

아무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우리는 지금 이슬람에 대한 종교적 편견이 횡행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스스로도 잘못한 것이 없는지, 우리는 우리의 문화와 문명을 타인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문명간의 편견과 오해를 줄이기 위해 △이슬람 이론가들이 더 많은 책과 논문, 서방사회에서의 강의 회의 미팅 등을 통해 서방에 이슬람을 정확히 알리고 △코란 등 이슬람 교재의 진부한 번역을 개선하고 △아랍권이 공동으로 영어방송을 운영하며 인터넷 등을 적극 활용하자는 등의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또 이슬람권 정부들이 민주적 정부로 변화하면 과격파의 목소리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란 지적 겸 촉구도 많았다. 레바논의 가산 살라메 문화부장관은 "문명간 대화의 첫째 조건은 서로 다를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용어 해설

▽이슬람〓이슬람교를 의미. 이슬람교를 믿는 지역과 문화를 지칭하기도 함. ‘무슬림’은 이슬람교 신도를 의미.

▽아랍〓아랍어를 사용하는 민족. 이집트 수단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이라크 팔레스타인 등이 모두 해당된다. 터키 이란 등은 아랍국이 아니다.

▽중동〓지중해 주변의 이슬람권 국가들을 칭하는 지정학적 개념.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중동에 포함시키는 학자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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