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두즈 외국인 전사’ 처리 딜레마

  • 입력 2001년 11월 23일 18시 34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가담해 ‘결사항전’을 벌이고 있는 외국인 자원병들의 처리 문제가 미국 및 전쟁관련국의 최대 딜레마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북부동맹은 이들을 섬멸하거나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국제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교도들과의 성전(성전)’을 위해 목숨을 걸고 ‘테러 세력’을 돕다 생사의 기로에 선 외국인 자원병들. 그들은 누구인지, 국제사회의 처리 방침은 어떤지 살펴본다.】

3000∼6000명으로 추정되는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의 외국인 자원병 처리문제에 대한 미국과 북부동맹, 쿤두즈 내 탈레반의 입장은 한마디로 제각각이다.

당사자인 자원병들은 여전히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다. 22일 합의된 북부동맹과 쿤두즈 내 탈레반의 투항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먼저 북부동맹과 쿤두즈 내 탈레반의 주류는 외국인 전사들을 무장해제하되 곧바로 자국으로 들여보내지 않고 이슬람 율법에 따라 재판하자는 입장. 그러나 양측에 있는 강경파들이 문제다. 북부동맹은 외국인 전사들은 절대 항복할 리 없다며 23일에도 쿤두즈에 대한 파상공세를 펼쳤다. 유누스 카누니 북부동맹 내무장관은 아예 양측의 협상안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쿤두즈를 먼저 점령하려는 북부동맹 내 파벌 간의 경쟁도 한몫 거들고 있다.

소수지만 탈레반 내부에서도 강경파들은 외국인 전사와 함께 여전히 쿤두즈 사수를 고집하고 있다.

미국은 양측의 합의안에 불만이다. 미국은 쿤두즈 내 외국인 자원병 가운데 상당수가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 조직인 알 카에다 소속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사살되지 않고 다른 국가로 탈출하거나 인도될 경우 또 다른 테러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최근 “그들이 사살되거나 투옥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법에 따른 포로처리보다는 이들을 완전히 궤멸시키겠다는 게 미국의 ‘속셈’인 셈이다.

외국인 전사가 소속된 국가들의 입장은 또 다르다. 가장 많은 전사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몰려간 파키스탄은 22일 유엔이 이들을 전쟁포로로 취급, 학살극을 막아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자국인들은 자국에서 처벌받기를 바라고 있다.

<하종대·워싱턴〓한기흥특파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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