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WTO가입 예고]산업별 중국경제 희비

  • 입력 2001년 11월 9일 17시 30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이틀 앞둔 8일 의미심장한 계약이 발표됐다. 중국 4대 국책은행의 하나인 건설은행과 광둥(廣東)성 선전(深玔)에 본점을 둔 전국 규모의 민간은행인 초상은행이 세계 유명회계법인인 미국의 KPMG사와 경영자문 계약을 맺은 것. WTO 가입 후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염두에 둔 계약이다. 금융분야는 그동안 유통 정보통신 등과 함께 개방에 가장 취약한 분야의 하나로 지적돼 왔다.

류밍캉(劉明康) 중국은행 총채는 지난달 31일 홍콩에서 열린 동아시아 경제서미트에서 “중국 금융계는 지배구조나 수익률, 위기관리, 자기자본 비율 등 여러 부문에서 대비가 불충분해 WTO 가입시 문제점이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국내은행들은 무수익성 여신(NPL)이 너무 많아 외국은행과의 경쟁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며 중국은행도 NPL이 지난해 말 현재 28.7%에 달한다”고 털어놓았다.

중국은 WTO 가입과 동시에 중국에 진출한 외국은행들에 외환업무를 전면 개방하며 5년 후에는 인민폐 업무도 완전 개방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은행들과 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중국은행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유통업계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형할인업체 까르푸의 점포는 중국 진출 6년만에 27개로 불어났다. 미국의 월마트와 독일의 메트로도 올해 말까지 매장수가 각각 16개로 늘어난다. 영국의 테스코와 B&G, 네덜란드의 매크로, 스페인의 DIA, 일본의 미쓰미시와 마루베니도 중국 상륙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7일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전국수퍼마켓연합회 회의에서는 외국계 대형할인점들의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정부 보호가 줄어드는 자동차와 화공약품, 농업 분야도 불안감은 마찬가지다. 자동차업계는 지난 2년간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고 가격을 인하하는 등 무한경쟁에 대비해 왔다. 그러나 국내 승용차 값이 워낙 비싼데다 현재 75%인 수입차 관세율이 2005년이면 25%로 낮아질 예정이어서 중국업체들의 도산이 뒤따를 전망. WTO 가입후 기업들의 도산이 줄을 이을 것에 대비, 베이징(北京)내 대학들은 기업파산 및 M&A 연구센터를 속속 설립하고 있다.

반면 섬유나 신발 완구 등 경공업 분야는 WTO 가입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 광둥성과 장수(江蘇)성, 산둥(山東)성에 집중돼 있는 경공업 회사들은 향후 주문이 밀려들 것에 대비, 공장시설을 증설하는 등 기대에 부풀어 있다. 전기·전자 업종의 중국 합작진출도 줄을 잇고 있다.

산업별로 희비가 엇갈리지만 WTO 가입은 중국 경제 발전을 위한 선택이자 장기적으로는 장밋빛 미래를 가져달 줄 것이라는 게 중국 당국의 견해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8일 WTO 가입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중국이 마침내 세계경제 주류(主流)에 합류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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