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귄터 그라스등 테러전 우려 목소리

  • 입력 2001년 10월 21일 19시 14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지상군을 투입으로 대(對) 테러 전쟁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 일각에선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회의섞인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구소련 대통령인 그는 20일 관영 로시스카야 가제타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가 미 주도하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지만 상당수 러시아 국민들은 공습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미국의 국익에만 유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퍼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전세계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테러 전쟁을 이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테러 추방을 위한 최근의 국제적 연대가 새롭고 공정한 세계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계기가 돼야만 이번에 미국을 지지하지 않는 나라들을 포함한 전세계의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귄터 그라스〓‘독일의 양심’으로 불리는 소설가 귄터 그라스(73)도 10일 시사주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희생되는 사람은 무고한 아프가니스탄 민간인들이다. 비문명적인 전쟁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9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테러 반대와 나치 잔재의 청산을 요구하는 시민운동 ‘민주주의 연대’를 이끄는 그는 “민주주의와 인권, 다양성 존중 등 인류적 가치로 테러리즘에 대처해야 한다”며 “보복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라스씨는 “그동안 (외국) 정치인을 암살해온 미 중앙정보국(CIA)도 테러조직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미국의 이번 전쟁은 설득력이 없다”며 “군사공격은 결국 절망만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지금까지 자기잣대로 모든 것을 판단해 왔고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해 왔다”며 “미국은 이제 모든 것을 자기가 통제해야 한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현명한 정치는 상대방의 분노와 좌절을 없애주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즉각 점령지를 팔레스타인에 되돌려주도록 미국이 역할을 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오사마 빈 라덴이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경학기자·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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