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병은]피부 까맣게 썩어…호흡기 침투땐 치료법없어

  • 입력 2001년 10월 13일 18시 49분



19세기 중반 독일의 세균학자에 의해 발견된 탄저병(anthrax)은 피부탄저병, 호흡기탄저병, 위장관탄저병으로 구분된다. 피부가 까맣게 썩기 때문에 ‘석탄’을 뜻하는 그리스어 ‘anthrakis’에서 이름이 붙었다.

피부탄저병은 대개 흙 속에 있던 균에 감염된 가축을 만졌을 때 상처로 균이 침투해 발생한다. 초기에는 붓고 가렵다가 물집이 생긴다. 대부분 페니실린 등 항생제로 쉽게 치료된다. 위장관탄저병은 탄저균에 감염된 육류를 먹으면 걸리며 구토와 발열로 시작해 심하면 패혈증과 쇼크로 치사율이 25∼60%에 이르지만 발병률은 낮다.

반면 이번에 미국에서 발병한 호흡기탄저병은 가장 무서운 질환이다. 처음에는 고열과 기침 등 감기 증세를 보이다 호흡곤란과 오한, 부종으로 진행된 뒤 심할 경우 혼수상태와 정신착란증을 일으킨다.

목과 가슴으로 침투한 탄저균은 몸 속의 조직 세포를 파괴하는 독소를 만들어 발병 1∼2일 만에 사망한다. 잠복기는 5∼60일이지만 일단 발병하면 급속도로 진행돼 치사율이 70∼80%에 이른다.

더욱이 호흡기탄저병의 발병률이 매우 낮아 백신 등 치료법이 거의 없다. 20세기를 통틀어 호흡기탄저병의 사망자는 18명에 불과하다. 이는 탄저균이 열이나 화학적 충격에 매우 약하기 때문.

국내에서도 국립보건원과 국방부 등에서 백신을 개발 중이지만 실제 생산 보급까지는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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