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7 대공습]美 보복공격 정당성 문제 없나

  • 입력 2001년 10월 8일 05시 14분


피난처로 떠나는 아프간 난민
피난처로 떠나는 아프간 난민
미국이 ‘문명의 충돌’로 확대될 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마침내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6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테러 참사에 대한 응징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보복 성격이 강한 미국의 이번 무력행사는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국제법 전문가 사이에 제기되고 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 행정부의 일관된 견해는 ‘세계 어디에 있든 미국과 미국인이 공격을 받으면 반드시 반격을 한다’는 것이다. 정권과 대통령은 바뀌어도 테러를 응징하기 위한 미국의 무력행사 논리는 변하지 않았다. 그 근거는 유엔 헌장에 기초한 ‘자위권 행사’였다.

미국이 관여한 최근의 무력 행사 내용
시기 내용이유미국의 주장
1986리비아 폭격베를린 디스코장 폭파
(미군 200여명 사상)
자위권 행사
1991걸프전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안보리 무력사용 인정
1993이라크 폭격조지 부시 대통령 암살계획자위권 행사
1998아프가니스탄·수단 폭격케냐와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파사건(사망자 257명)자위권 행사
1998이라크 폭격이라크의 핵사찰 거부일련의 안보리 결의 위반
1999유고 공습코소보 알바니아계 탄압예외적인 인도적 개입
2001아프가니스탄 폭격미 뉴욕과 워싱턴 동시테러 자위권 행사

유엔헌장(1장2조4항)은 기본적으로 회원국의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예외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무력공격을 받고 안보리가 조치를 취할 때까지의 자위권 행사 뿐이다. 보복공격은 인정되지 않는다.

냉전시대에는 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중국) 간에 거부권(비토)을 행사한 경우가 많아 안보리는 거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무력 행사는 ‘자위권 행사’에 근거에 이뤄졌다. 자위권 행사는 △위급한 상황에서 △달리 방법이 없을 경우 행사하되 △과도한 무력행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법상의 조건이다. 86년 독일 베를린의 디스코장에서 폭발사건이 일어나 미군 병사가 희생되자 미국이 폭파 개입 혐의로 리비아를 폭격한 것은 이 같은 조건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의견이 강해 유엔총회에서 ‘미국은 국제법과 유엔헌장을 위반했다’는 비난결의안이 채택된 적이 있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공습 역시 ‘오사마 빈 라덴이 은신중인 것으로 보인다’는 것 만으로는 미국의 자위권 행사를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일부 전문가 사이에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9월12일 안보리를 소집해 ‘필요한 수단을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의 자위권 확인 절차를 밟아 놓은 상태이다. 미국은 1991년 1월17일 걸프전 개시에 앞서 이번과 마찬가지로 안보리 결의를 통해 ‘필요한 수단을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정당성 확보 절차를 밟았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이 예상되는 공격에 대해 선제공격을 하는 것도 자위권의 범위에 해당한다는 미국 견해를 지지하고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무력행사를 인정하는 안보리 의결이 없는 상태에서 무력행사에 돌입하게 된 것은 ‘반테러 국제연대’를 외치며 폭넓은 지지를 얻으려 했지만 각국, 특히 이슬람권 국가들이 겉으로는 동조하면서도 완전한 의견일치를 보이지 않자 단행한 측면이 크다. 미국은 공습으로 테러 사건과 무관한 아프가니스탄의 민간인이 희생되는 일이 일어나면 국제사회로부터 예기치 않은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은 테러 비호 세력을 응징한다는 명분을 들어 공격을 개시했지만 사태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전시의 민간인 보호 등을 규정한 49년 제네바 협약과 그 의정서를 포함한 국제인도법의 원칙을 어기는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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