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응징 戰爭]“아프간 공격 유고戰보다 더 악조건”

  • 입력 2001년 9월 16일 18시 44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99년 유고 공습을 떠올리는 전문가들이 많다.

유고와 아프가니스탄이 험준한 산악지형의 내륙국으로 전장 환경이 비슷한데다, 유고 공습이 미국 주도로 가장 최근에 수행된 전쟁이었기 때문이다.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의 보복공격은 유고 공습 당시 배운 교훈이 크게 작용할 것 같다”며 “그러나 전쟁 양상은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격목표 불명확 효과 의문▼

유고 공습은 99년 3월24일 신(新)유고연방의 코소보지역 내 알바니아계에 대한 ‘인종청소’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에 의해 수행됐으며, 당초 단기전이 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78일이나 걸렸다.NATO군은 순항미사일 등 첨단정밀화력을 이용한 표적타격과 중고고도 공중폭격을 이용한 ‘항공전역(戰役)’으로 전쟁을 이끈 반면 유고군은 대공미사일과 대공포로 대응하며 전통적인 게릴라전으로 맞섰다.

유고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던 것은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아 전쟁효과에 한계가 있었고 △70%가 산악인 험준한 지형과 유고군의 대공포 위협 등으로 정확한 공중타격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이보다 더 악조건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 유고전이 정규전이라면 이번 아프가니스탄 보복공격은 ‘얼굴 없는 테러집단과의 전쟁’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타격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공격효과가 극히 의문시된다는 얘기다.

▼특수부대 지상군투입 필수▼

유고전은 ‘전쟁지도부와 국가기간시설 등 적의 중심(重心)을 마비시킴으로써 항전의지를 꺾는다’는 항공전략의 수행이 가능했다. 지상군 투입은 애초부터 배제돼 있었다.

반면 이번엔 공습을 할 만한 적의 중심도 없고, 공습만으로 적의 저항의지를 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 만큼 테러집단의 근절을 위해서는 특수부대를 포함한 지상군 투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주변국들이 모두 반미국가들인 만큼 공격통로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또 후방지원을 위한 지상기지를 제공받지 못한다면 장기전 수행이 어렵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의 무고한 민간인 살상이나, 투입 미군병력 가운데 전사자가 나올 경우 반전 분위기로 급선회할 수도 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