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언론 ‘美테러 응징’에 신중한 군사대응 촉구

  • 입력 2001년 9월 14일 19시 49분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을 응징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14일 전 세계 언론은 대부분이 미국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뉴욕타임스지는 ‘아프가니스탄과의 만남’이란 사설에서 “아프가니스탄은 강대국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수세기에 걸쳐 전쟁터가 돼 왔다”며 “똑같은 결과를 불러오지 않기 위해 미국은 고도의 주의력과 기술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아프가니스탄이 겪고 있는 현재의 어려운 상황은 러시아 파키스탄 미국이 저지른 과거의 잘못 때문”이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 지역에 대한 작전을 감행하는 데는 조금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빈 라덴 조직에 대한 대응은 어쩔 수 없이 파키스탄 인도 러시아 중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이 지역 다른 나라와 연결되기 때문에 미국이 이들 나라의 지지를 얻어내고 이들 나라와 잘 협조해야 미국의 대응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은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지를 받았고 특히 파키스탄은 국제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년간 무기와 정보망을 통해 탈레반을 지원해 왔으므로 파키스탄의 협조를 받아내야 한다고 이 신문은 강조했다.

전날 테러사건에 대한 응징을 천명한 부시 대통령을 지지했던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새로운 규율’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공격이 미국 내의 건전한 토론이나 인권과 자유주의를 드높이려는 미국의 의지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테러에 대한 대응은 더 많은 사상자와 힘든 선택을 불러올 것”이라면서 “이것은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선한 믿음과 원칙 있는 행위는 보상받을 것이란 전제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LA타임스지는 “빈 라덴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는 것은 그의 지위를 국가수준으로 격상시키게 된다”면서 “그는 범죄자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는 조너선 털리 교수(미 조지 워싱턴대 법학교수)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영국의 더타임스 역시 아프가니스탄의 현재 상황은 1979년 구 소련의 아프간 침공에 그 원인이 있다는 분석기사를 싣고“아프가니스탄의 오랜 갈등의 불똥이 이제 뉴욕에 다다랐다”고 소개했다.

가디언지는 쿠바 미사일 위기 때와 같이 부시 대통령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많다며 “그렇다하더라도 단죄를 이유로 적의 규모를 너무 부풀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특히 가장 우려할 만한 상황은 미국의 대응이 전체 이슬람사회를 상대로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홍콩의 일간 명보는 소호닷컴(Soho.com)과 시나닷컴(Sina.com),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 웹사이트 등을 찾은 네티즌 다수는 테러 사건 직후부터 이를 ‘환영’, ‘찬양’하거나 무고한 생명이 대거 희생된 미국의 불행에 고소하게 생각하는 반응을 보여 중국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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