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대참사]인도양 美항모 아프간 공습 대기

  • 입력 2001년 9월 13일 18시 54분


테러를 응징하는 보복 전쟁으로 이어질까. 만약 전쟁이라면 상대는 누구일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1일 발생한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자살비행 테러를 ‘전쟁 행위(acts of war)’로 선언하면서 이번 사건이 ‘또 다른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미국이 과연 언제 어느 수준의 무력 보복에 나설 것인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테러배후가 확실하게 가려지지 않은 데다 전쟁 수준의 보복에는 여러 가지 장애가 있어 미국이 실제로 무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많다.

▽힘 실리는 미국의 전쟁불사론〓부시 대통령은 테러 발생 후 이틀 동안 3차례에 걸쳐 대국민 성명 또는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대응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여왔다. 사건 직후 ‘테러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부시 대통령은 12일 오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이번 공격은 테러행위를 뛰어넘은 전쟁 행위”라며 ‘전쟁’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미 의회도 부시 대통령의 강성 발언에 보조를 맞춰 현재 ‘선전포고’를 선언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트렌트 로트 미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이날 기자들에게 “의회는 ‘전쟁 선포’를 포함해 구체적인 조치를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다”며 “하지만 전쟁을 선포하든 안 하든 우리는 이미 (테러리스트들과) 전쟁 중에 있다”고 말했다.

미 상하 양원은 11일 저녁 의사당에 집결, 이번 공격을 “미국과 미국민을 겨냥한 전쟁행위”라고 규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12일 세계 각지의 국방부 소속 종사자 전원을 대상으로 발표한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여러분은 앞으로 수일 내에 미국의 군사 영웅사에 오르게 될 것”이라며 수일 내에 군사적 보복을 가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사상 초유의 대규모 테러에 대해 분개한 미국민도 강력한 응징을 지지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0% 정도가 미국의 군사행동을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전 세계의 동조 분위기〓이번 테러행위가 워낙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기 때문인지 미국의 무력 보복 움직임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12일 비상회의를 열고 이번 테러가 외국 또는 외국인에 의한 공격으로 판명날 경우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NATO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군사작전을 가능케 하는 ‘조약 제5조’를 적용, 공동군사작전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 러시아 등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가들을 포함해 다른 여러 나라들도 잇따라 미국의 테러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과거 미국이 취했던 대(對)테러 보복〓미국은 지금까지 대규모 테러 공격을 받으면 △무력 보복 △경제봉쇄 제재 등의 응징을 했다.

리비아는 88년 12월 영국에서 발생한 미국 팬암기 폭파사건의 용의자를 인도하지 않아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무력 보복 조치가 동원된 대표적 사건은 98년 8월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 대사관 자살폭탄테러다. 당시 미국은 70여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부상한 데 대한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의 테러리스트 훈련기지와 수단의 화학공장에 75기의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

▽무력보복의 한계〓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무력 조치에 나설 경우 △98년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 대사관 사건 때와 같은 미사일 공격 △테러 주범 암살 △직접적인 개입 혐의가 있는 국가에 대한 무력 침공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이 이중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할 것인지는 이번 테러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에 달려 있다. 특정 국가가 개입했다면 미국의 전면적인 공격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몇몇 개인이나 단체가 자행한 테러라면 미사일 공격 등 대대적인 보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목표물을 포착하기가 어렵기 때문. 감정적 대응보다 법치를 앞세우는 미국이 ‘암살’이라는 감정적 대안을 선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용의자 1호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이 이번 테러의 진범으로 굳어질 경우 무력조치 없이 빈 라덴의 신병을 넘겨받는 정도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빈 라덴이 은거해있는 아프가니스탄은 이미 빈 라덴이 범인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 신병을 넘겨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고 미국이 고조된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공격 대상을 찾아내 무력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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