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佛, ‘미국식 세계화’ 강력한 이의 제기

  • 입력 2001년 9월 6일 15시 53분


7월 이탈리아 제네바에서 열린 선진 7개국과 러시아 등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격렬한 반세계화 시위로 얼룩진 것을 계기로 독일과 프랑스가 미국식의 세계화 방식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5일 독일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는 세계화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키로 의견을 모았다.

두 정상은 이를 위해 세계화로 인해 파생되고 있는 사회적인 부작용을 연구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양국이 참여하는 고위급 실무그룹을 설치키로 합의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슈뢰더 총리는 회담을 마친 뒤 실무그룹의 검토 대상에는 국가간 투기적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한 뒤 이 기금으로 미개발국을 지원하는 이른바 ‘토빈세’의 도입 등 여러 방안이 포함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라크 대통령은 “독일과 프랑스 양국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에 대해 똑같은 우려를 갖고 있으며 실무그룹의 설치가 유럽연합(EU)의 통합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당 출신으로 세계화에 반대하고 정통 사회민주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도 슈뢰더 총리와 회담한 뒤 “세계화 과정에서 나타난 불평등 문제에 대해 비로소 독일과 프랑스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양국의 반세계화대책 실무그룹은 우선 유럽의 국경을 넘나들며 시장질서와 경제를 어지럽히고 있는 국제투기자본에 대한 과세 방안을 비롯해 금융시장에 대한 통제와 극빈층 보호방안 마련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슈뢰더 총리는 “4일 집권 사민당(SPD)의 경제정책세미나에서 미국식의 세계화는 결코 유럽과 다른 지역이 추구하고 있는 경제모델이 될 수 없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지금의 세계화 방식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한편 120개국 1000개 노조가 가입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노조연합 조직인 국제노조네트워크(UNI)는 5일 베를린에서 첫 번째 총회를 갖고 세계화에 대한 반대를 표명했다.

UNI는 “지금 세계화는 전세계 노동자의 희생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공정하고 안정된 경제체제를 마련하라”고 각국 지도자들에게 촉구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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