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위안부소송 첫 심리

  • 입력 2001년 8월 2일 18시 46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군위안부 출신 여성들이 미국에서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가리기 위한 예비심리가 1일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렸다. 군위안부 관련 소송이 미국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이날 심리는 지난해 9월18일 한국 중국 대만 필리핀의 군위안부 출신 여성 15명이 일본에 배상과 사과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일본과 미국 정부가 4월 이를 기각할 것을 법원에 요청한 것이 타당한지를 가리기 위해 진행됐다.

원고측의 마이클 하우스펠드 변호사는 “일본은 이 소송과 관련해 면책특권을 주장하나 외국면책특권법상 상행위는 면책특권의 대상이 아니다”며 “일본이 여성들을 성적 노예로 삼아 위안소를 운영한 것은 상행위이므로 면책특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이 2차대전 당시 강제 노역에 동원됐던 유대인들이 독일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허용하고 군위안부 소송의 기각을 요청한 것은 아시아는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냐”며 이의를 제기했다.

일본과 미국 정부 변호인들은 면책특권을 강조하며 외국의 외교문제에 미국 법원이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심리를 진행한 헨리 케네디 판사는 소송의 기각 여부에 대한 결정은 추후에 내리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원고측 변호인들은 사안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판결이 상당히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고측 공동 변호인인 배리 피셔 국제인권변호사협회 수석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기고한 ‘미국과 공모 하에 일본, 과거의 문을 닫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군위안부 소송에 대한 미국과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피셔 변호사는 “미국은 (일본의) 체계적인 강간과 고문 살인을 마치 정상적인 정부의 행위인 것처럼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일본이 전쟁 범죄에 따른 책임을 모면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결의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이 오키나와에서 미군이 저지른 강간에 대해서는 분노하면서 자신들이 1930년대와 40년대에 조직적으로 자행됐던 강간과 성노예(위안부) 등 전범 행위를 얼버무리고 있는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한국과 중국 등의 수정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그들의 범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만 하며 미국은 국제적인 인권옹호국으로서의 훼손된 이미지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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