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신사 참배' 일본도 시끌

  • 입력 2001년 7월 12일 18시 45분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8월15일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겠다고 공언하자 한국과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정교(政敎)분리를 규정한 일본 헌법을 위배하는 것이란 비판이 많아 일본 국내에서도 첨예한 정치쟁점이 되어 왔다.

현재 일본에는 총리가 원하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야스쿠니 신사에 있는 A급전범의 위패를 다른 곳으로 옮기자는 중재안 외에도 특수법인 전환주장, 무명용사묘역 참배 주장, 국립묘지 조성 방안 등이 있다.


▽참배 당연론〓고이즈미 총리는 4월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한 이후 줄곧 “일본의 번영은 전몰자들의 희생 덕분이다. 그들의 영령을 위로하는 것이 왜 헌법에 위배되느냐”며 참배강행 의사를 거듭 밝혀 왔다. 또 공식참배 여부에 대해서도 “총리는 24시간 공인”이라고 밝혀 공식 참배임을 시사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주장은 일본 보수우익세력이나 유족회의 말과 똑같다. 한국 중국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한없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는 것이다.

▽A급전범 분사(分祀)론〓야스쿠니 신사에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총리 등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합사돼 있어 참배가 곤란하다는 주장에 맞선 논리. A급 전범의 위패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나면 공식 참배를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사측은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일단 봉안된 위패를 옮기는 것은 신도(神道)의 교리에 위배된다는 것. 한편으로는 야스쿠니 신사의 위상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뜻도 담겨 있다.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자민당 간사장이 10일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과 만나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A급 전범의 위패는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산케이신문은 “양식을 의심한다”고 비판했고, 고이즈미 총리도 “A급 전범도 생전에 처벌을 받았고 죽은 사람을 갈라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분사론에 반대했다.

▽특수법인 전환론〓야스쿠니 신사를 현재의 종교법인이 아닌 특수법인으로 바꾸자는 주장도 있다. 특수법인으로 바꾸면 정교분리 원칙을 걱정할 필요없이 총리가 자유롭게 참배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신사측이 반대하고 있고 A급 전범의 위패가 있는 한 법인성격을 바꾼다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무명용사 묘역 참배론〓야스쿠니 신사 맞은 편에 무명용사의 영령을 위로하는 지도리카부치(千鳥ヶ淵)라는 무명용사 묘역이 있다. 전몰자 영령을 위로하려면 이곳을 참배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공산당과 사민당도 이를 지지한다. 반면 전몰자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곳을 정비할 계획을 밝혔지만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는 별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립묘지 조성론〓외국 원수가 마음 편히 헌화할 수 있는 국립묘지를 별도로 만들자는 주장이다. 민주당과 공명당 등이 이런 견해를 펴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야스쿠니 신사 왜 문제인가▼

1869년 메이지(明治)천황이 전몰자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도쿄(東京) 쇼콘샤(招魂社)’가 전신이다. 1879년 야스쿠니신사로 개칭했으며 이후 천황을 숭배하는 일본 신도(神道)의 ‘성지’가 됐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침략전쟁 제2차세계대전 등에서 숨진 군인과 군속 246만6000여명의 위패가 있다. 78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제2차세계대전의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합사(合祀)되면서 총리나 각료의 참배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가 공식참배하자 한국 중국이 거세게 항의했으며 이후 총리의 공식 참배는 없었다. 일제 침략을 받은 국가는 ‘총리가 전범의 위패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것은 일본의 전쟁책임을 부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보수우익세력과 유족회 등은 총리의 공식참배를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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