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살리려면 강한달러 포기하라"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42분


‘미국이 경제회복을 원한다면 강한 달러 정책을 포기하라.’

달러화 강세가 미국의 경기회복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 미 기업들 사이에서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달러화 강세로 해외시장에서 미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는 데다 유럽과 일본의 경기둔화로 미국 상품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 감소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미국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최근 2·4분기(4∼6월) 경영실적을 발표한 코카콜라 듀폰 3M 나이키 등 미국 유수의 기업들은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달러화 강세를 지적했다. 대기업들뿐만 아니라 수출에 주력하는 미국의 중소기업들도 달러화 강세로 인해 매출이 20∼30% 하락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1월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직전 달러당 114엔이던 엔화 환율은 9일 현재 125엔까지 오르면서 달러화 가치는 9.6% 상승했다. 유로화 가치도 1월 유로당 0.94달러에서 9일 0.84달러로 떨어지면서 달러화 가치는 10.6% 높아졌다.

올 들어 6차례에 걸친 FRB의 금리인하로 달러화 가치가 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강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일본과 유럽의 경기침체로 인해 미국으로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 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폴슨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경기침체가 일본이나 유럽보다 덜 심각하다는 인식이 투자자들의 달러화 보유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아직까지 전임 빌 클린턴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강한 달러’가 ‘강한 경제’를 반영한다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7일 폐막된 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담에서도 미국경제 회복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갔으나 달러 약세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었다. 여기에 대규모 감세와 잇단 금리인하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면 미국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일부 낙관론도 달러화 강세에 대한 관심을 희석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달러화 강세의 직접적인 영향권 내에 있는 미국 기업들은 “부시 행정부가 달러 약세를 위한 시장개입 등 국제공조가 필요하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해야 한다”면서 재무부를 상대로 강한 달러 정책을 포기하도록 조직적인 로비를 전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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