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일 "꼬이네"…군용기·교과서왜곡 이어 '비자발급'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48분


중국과 미국 일본 관계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미국과는 군용기 충돌사고 및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문제로, 일본과는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와 중국 농산물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 가드)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리덩후이(李登輝)전 대만총통의 방문을 미일 양국이 허용해 설상가상의 상황이 되었다.

중국으로서는 리 전총통의 방문 허용이 동시에 이뤄진 데 대해 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중국은 리 전총통이 어떤 신분, 어떤 명목으로도 미국과 일본 방문이 허용돼서는 안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이 자국의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뒤따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강력한 대응책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부담이 있다. 현재로는 미국보다는 일본이 중국의 주된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게 베이징(北京)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일본은 침략을 미화한 역사교과서를 통과시켰을 뿐만 아니라 중국산 양파와 표고버섯 등 중국산 농산물 3종에 대해 세이프 가드를 내려 이미 중국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외교 및 통산분야의 보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외교측면에선 리 전총통에 대한 비자발급을 구실로 일본 주재 중국대사를 소환할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 소식통들은 현 주일대사의 임기가 5월에 만료되기 때문에 앞당겨 소환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5월말로 예정된 리펑(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방일이 취소될 가능성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상분야의 보복조치도 예상된다. 일본이 중국산 농산물에 대해 23일로 세이프 가드를 발동하기 때문에 중국의 대응조치가 예상돼왔다. 베이징 주재 일본상사 관계자들은 리 전총통의 방문과 맞물려 대응의 강도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본 상품 불매 운동도 일본이 우려하는 보복수단이다.

이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대비해 가와시마 유타카(川島裕)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비자발급 직후인 20일 천젠(陳健) 주일 중국대사를 불러 “어디까지나 인도적 차원에서 비자를 발급한 것으로 일본 정부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의 이해를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과거 중국대사를 지낸 인물을 중국으로 보내 중국 고위관리를 만나 이해를 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본이 수세에 몰린 것이 분명한 만큼 리 전총통이 약속대로 ‘신병치료’만 하고떠나면 중국을 설득할 수 있는 돌파구가 생길 것으로 보고 리 전총통의 활동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이징·도쿄〓이종환·심규선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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