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특별법 제정돼야 위안부 개인보상 가능

  • 입력 2001년 3월 30일 18시 34분


일본 히로시마(廣島)고법이 29일 야마구치(山口)지법 시모노세키(下關)지부의 판결을 뒤엎고 한국인 군대 위안부와 강제 노동 피해자의 개인보상요구를 기각한 것은 일본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사한 소송의 앞길에 암운을 드리웠다.

제2차세계대전 피해 한국인이 현재까지 일본 내에 제기한 개인보상청구 소송은 군 위안부 출신이 제소한 9건을 포함해 70여건. 군 위안부 출신이 제소한 9건 가운데 7건은 이미 1심 혹은 2심 판결이 나왔다. 이중 유일하게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일부나마 인정한 것이 시모노세키 지부의 판결이었다.

개인보상소송의 쟁점은 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체결로 일본 정부의 개인보상의무가 소멸됐느냐의 여부. 지금까지 대부분의 판결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보상의무도 사라졌다"는 일본 정부의 견해를 지지했다. 그러나 시모노세키지부는 98년 4월 "일본 정부는 보상을 위한 입법의무가 있는데 이를 게을리했다"며 일본정부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 3명에게 30만엔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번에 히로시마 고법은 "법률 제정권은 입법부에 위임되어 있는만큼 법을 만들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며 1심판결을 파기했다.

일본 우익의 주장을 지지해온 요미우리신문은 30일 사설을 통해 이번 고법판결을 환영했다. 신문은 강제연행을 했다는 근거도 없으며 한국에서는 근로동원이었던 정신대와 군위안부를 혼동하고 있다 고 강변했다.

그러나 '전후보상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연락협의회'의 다카기 요시타카(高木喜孝)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피해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이번 히로시마 고법판결 결과로 미루어 볼 때 개인보상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제 일본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비관적인 견해가 많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등 야3당이 특별법안을 제출한 상태이지만 자민 보수 공명당 등 연립 3당이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 특별법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실정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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