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벡 특별기고]美기업 하이테크 투자 격감

  • 입력 2001년 2월 1일 18시 38분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4·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9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4%를 기록했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또 제너럴 모터스, 제너럴 일렉트릭, 루슨트 테크놀로지스, 모토로라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50%에 이른다고 진단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에 수출 감소와 시장개방 압력 증대라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소비자 민감 반응땐 '경착륙'▼

▽경착륙인가, 연착륙인가〓현시점에서 볼 때 미국의 경기침체는 1, 2분기 정도로 비교적 짧을 것으로 예상되며 올 하반기부터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침체의 강도와 기간은 소비자의 자신감에 달려 있다. 소비자가 경기침체에 과민 반응을 보인다면 미국 경제는 급강하할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대규모 감원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같은 실업률 수준은 지난해 말 4%에 비해 오른 것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미국경제 기준으로 볼 때 아직 낮은 것임에 틀림없다.

▼"FRB 연내 1%P 추가인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정책〓지난해 하반기 FRB는 금리를 인하할 경우 경기 과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시각을 견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자 FRB는 신속하게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지난달 3일 FRB가 전격적으로 연방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것과 31일에도 같은 폭으로 금리를 낮춘 것은 경기 침체를 최소화하려는 FRB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FRB가 추가적으로 1%포인트 정도 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회복에 감세 기여" 논란▼

▽감세와 경기회복〓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감세 지지 발언과 재정흑자폭이 당초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미 예산국의 전망은 감세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감세의 폭과 감세가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에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앨런 시나이 연구원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감세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감세가 지난해 7월부터 소급 적용된다면 경기 회복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美상품 수출 경쟁력 높아져▼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한국과 같이 대미(對美)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미국의 경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해 20% 이상 늘어난 한국의 대미 수출은 미국의 경기둔화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 기업들이 하이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를 줄여나가고 있어 한국의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달러화의 약세로 이어져 미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인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달러와 유로화의 가치가 1대 1의 비율로 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일본은 예외다. 일본의 장기적인 침체가 엔화 약세를 부추기면서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15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엔화의 약세는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농업-철강 美압력 강화될 것▼

▽미국의 시장개방 압력〓부시 경제팀이 내걸고 있는 자유무역주의 정책을 볼 때 한국과의 교역관계에서 마찰이 예상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한국의 대미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미국 내 관련 업계의 미국 정부에 대한 압력은 강화될 것이다. 특히 농업과 철강산업 분야의 대정부 로비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로버트 죌릭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는 지난달 30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현대전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구제조치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이는 미국 의회가 한국과의 교역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죌릭 지명자의 전반적인 발언으로 볼 때 그가 미 국내업계의 압력에 굴복해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할 가능성은 적다.

‘미국 경제가 재채기를 하면 한국 경제는 독감에 걸린다’고 할 만큼 한국은 미국경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금 양국의 정책결정자들이 직면한 최대의 도전은 자국 경제의 병세가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회복책을 내놓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워싱턴 소재 한국경제연구소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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