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사흘째]뉴라운드 찬반공방

  • 입력 2001년 1월 28일 18시 44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사흘째인 27일 참석자들은 뉴라운드 출범에 관해 집중적인 토론을 벌였다. 반세계화 시위는 스위스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파스칼 라미 유럽연합(EU)집행위원은 “세계의 경제 성장 둔화와 역내 자유무역협정 추세 등으로 다자간 무역체제의 장래가 위협받고 있어 뉴라운드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무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도 뉴라운드 협상을 하루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알렉 어윈 남아프리카공화국 상공장관은 “WTO 체제 출범 이후 심화된 경제 불균형 상태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개도국을 보호하는 무역규범을 먼저 만들자고 제안했다.이날 스위스 주요 도시에서는 세계화에 반대하는 각종 시위가 거세게 벌어졌다.

취리히에서는 다보스로 향하던 1000여명의 시위대가 경찰의 제지를 받자 자동차 4대를 불태우고 돌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수도 베른에서도 100여명이 차량을 부수고 돌과 병을 던지며 시위를 벌이다 2명이 체포됐다. 다보스 인근의 란트카르트에서는 300여명의 시위대가 다보스로 진입하려했으나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저지했다.

▼ 아탈리 前EBRO총재 ▼

“다보스포럼은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해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대표적 석학 중의 한 사람으로 20년째 다보스포럼에 초청받아 특유의 통찰력으로 세계 경제의 분석은 물론 문명 전반을 진단해온 자크 아탈리 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58). 27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31차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 다보스의 콩그레스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다보스포럼이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많은데….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세계화는 신자유주의에 반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유럽처럼 아직도 많은 국가에서 사회민주당이 집권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다.”

―한국경제를 어떻게 보는가. 제2의 외환위기가 다시 올 것이란 우려가 있는가 하면 97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는데….

“지금 한국의 경제상황은 97년보다 훨씬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외환보유고도 넉넉하고 금융 기업 부문의 구조조정으로 경제기반이 탄탄하며 무엇보다도 정치체제가 안정됐다.”

―민주주의의 정착과 정치체제의 안정이 경제 발전의 핵심이라고 보는가.

“물론이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한 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는데 남북통일에 대한 전망은….

“독일 통일 당시 중재자로 일한 경험이 있어 누구보다도 독일의 통일과정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은 독일 통일과정에서의 여러 가지 시행착오, 예를 들어 동서독 화폐를 1 대 1로 교환하는 것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10년 내로 남북이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이 겉으로만 개방 제스처를 보이고 군사안보 분야에서는 전혀 변하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지속하는 데 대한 비판도 많은데….

“북한과의 관계개선, 나아가 평화통일을 향한 노력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킴으로써 외국인의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한국의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탈리 전 총재는 고(故)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재임 당시 대통령 보좌관(1981∼89년)을 지냈다. 현재는 인터넷을 통해 빈민지원단체의 금융자문에 응하는 회사인 플라넷 파이낸스를 설립해 운영중이다. 지금까지 31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일부 저서는 한국어 등 세계 21개 언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다보스〓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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