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크 총선수용 정치생명 '도박…내년 5월께 실시

  • 입력 2000년 11월 29일 18시 39분


이스라엘 의회는 28일 전체회의 표결을 통해 리쿠드당 등이 제출한 조기총선안을 통과시켰다.

에후드 바라크 총리도 이날 “총리와 의원을 뽑는 총선을 치를 준비가 돼 있다”며 조기총선 수용의사를 밝히고 수일 내로 선거일자를 정하겠다고 선언했다. 바라크 총리는 6개월에서 9개월 내에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혀 빠르면 내년 5월경 총선이 실시될 전망이다.

야당인 리쿠드당 등이 낸 조기총선안 표결 결과, 총 120명의 의원 중 70명 이상이 총선안에 찬성했다. 반대는 3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기권했다.

99년 5월 총선에서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공약으로 내걸어 승리한 바라크 총리의 정치기반은 7월 캠프 데이비드 평화협상에 실패한 뒤 급격히 약화됐다. 연립정부 내의 정당들이 바라크 총리가 팔레스타인측에 지나치게 양보한다며 잇따라 연정을 탈퇴, 바라크 연정은 소수파로 전락했다. 9월28일 아리엘 샤론 리쿠드당 당수의 알 아크사 사원 방문으로 유혈분쟁이 촉발돼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국민의 지지도 급락, 베냐민 네타냐후 전총리나 샤론 당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라크 총리는 이런 상황에서 다시 연정을 구성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조기총선을 수용했다. 이제 바라크 총리는 총선 전까지 6개월여 동안에 팔레스타인측과 극적으로 평화협상안을 타결하려 할 것이다. 평화협상을 통하지 않고서는 총선에서의 승리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스라엘의 하레츠지는 바라크 정부가 팔레스타인과의 새로운 평화협상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바라크 총리의 이런 시도가 약효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7년간의 협상에서도 풀지 못한 동예루살렘 문제 등 난제를 6개월만에 해결하기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에게 남은 6개월은 정치생명을 건 마지막 기회인 셈. 팔레스타인측에도 이 기간은 어려운 선택의 시기가 될 수밖에 없다. 양측이 이번 기회를 놓칠 경우 이스라엘엔 샤론이나 네타냐후 같은 강경보수파 정부가 등장하는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면 지구촌의 화약고 중동지역에 비둘기가 나는 평화의 꿈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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