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노벨상 결산]13명중 7명 차지 '미국 독무대'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8시 57분


올림픽이 인류의 ‘스포츠 축제’라면 노벨상은 ‘학문의 대축제’다.

100회를 맞은 올해 수상자 발표 결과를 보면 미국과 남성의 독주가 두드러졌다.

평화상(한국) 문학상(중국)을 뺀 분야에서 미국인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독주해 전체 13명 중 7명이 미국인이었다.

미 록펠러대 교수인 폴 그린가드(74)와 컬럼비아대 교수 에릭 캔들(70)이 파킨스병과 뇌질환 치료에 기여한 공로로 의학상을 받은 것을 비롯, 미국인이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석권했다. 화학상 공동수상자 3인 중 한 명은 일본인이나 미국에서의 공동 연구에 대한 업적을 평가받은 측면이 강해 사실상 미국에 주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경제학상 역시 제임스 헤크만 시카고대 교수(56)와 대니얼 맥패튼 버클리대 교수(63) 등 미국의 차지였다.

미국은 최근 15년간 물리학 화학 의학 경제학 분야 수상자 122명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85명을 배출했다. 미국의 노벨상 독식에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란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올해 2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 지원되는 정부 예산만 연간 120억달러(약 13조원)에 이를 만큼 미국 정부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기초학문분야에 지원하고 있다. 또 제2차세계대전 중 독일 폴란드 등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학자가 자유로운 학문 분위기를 찾아미국에 모여든 것도 역사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미국의 독주는 1960년대까지 과학 강국으로 미국과 노벨상 획득 경쟁을 벌였던 러시아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올해 물리학상을 수상한 러시아의 조레스 알페로프 박사는 “러시아정부는 구소련 시절 7%였던 과학 관련 예산을 올해 1.72%로 축소했다”며 개탄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 발표에서 주목을 끈 것은 노벨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평화상과 문학상 분야. 87년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에 의해 추천된 이후 14번째 추천 끝에 수상의 영예를 안은 김대중대통령과 정치적 박해를 피해 프랑스 파리에서 창작 활동을 해온 중국의 극작가 겸 화가인 가오싱젠(高行健·60)이 평화상과 문학상을 각각 수상한 것은 노벨상 100년 역사상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외신은 평가하고 있다.

올해 여성 수상자는 한 명도 없었다. 97년 조디 윌리엄스 국제지뢰금지운동(ICBL) 대표가 평화상을 받은 이래 3년째 남성이 상을 휩쓸어 수상자 결정이 남성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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