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노벨평화상]상금 10억원 어디 쓸까?

  • 입력 2000년 10월 13일 23시 41분


노벨 평화상은 영예 면에서 단연 인류 최고의 상일 뿐만 아니라 상금 규모도 커 영예와 부(富)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상이다. 평화상 상금은 9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0억3500만원).

김대중(金大中)수상자는 이 돈을 어디에다 쓸까.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아직 구체적인 용처를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북한과의 화해와 평화에 기여’라는 상을 준 이유에 맞게 쓸 것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이 지난해 7월 필라델피아 자유메달을 수상할 때 받은 10만달러의 상금은 아태민주지도자회의에 기부했다.

이런 점에서 아태평화재단이나 남북교류협력기금 또는 대한적십자사에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새 인권기금 조성과 같은 보다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일을 찾아보지 않겠느냐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주는 상금은 노벨상 기금에서 나온다. 기금은 1900년 당시 3150만크로나(약 36억원)였으나 현재는 100배 이상 불어나 40억크로나(4600억원)에 이른다.

노벨상 기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6인 이사회가 운영하는 노벨재단이 민영기업처럼 이윤 극대화를 최대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 인류발전에 공헌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노벨상이지만 기금만큼은 철저하게 자본주의 방식으로 관리된다. 노벨재단은 기금을 늘리기 위해 부동산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은 상금을 대부분 자선사업 등에 기부했다. 지난해 평화상을 수상한 ‘국경없는 의사회(MSF)’는 상금 전액을 개발도상국 빈민들의 전염병 예방약품이나 백신과 같은 필수의약품을 구입하는 데 썼다.98년 평화상 수상자인 북아일랜드의 가톨릭 지도자인 존 흄은 북아일랜드의 빈민과 폭력 희생자들에게 상금을 기부했다. 같은 해 경제학상을 받은 아마르티아 센 교수는 자신의 고국인 인도 빈민들을 위한 교육센터 건립을 위해 상금을 기부했다. 지난해 문학상을 받은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는 집시 차별 철폐를 위해 상금을 내놓았다.다만 97년 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국제지뢰금지운동(ICBL)’과 이 조직의 책임자인 조디 윌리엄스 여사는 상금의 사용처 때문에 갈등을 겪었다. 상금을 전액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ICBL과는 달리 윌리엄스 여사는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 결국 그 단체를 떠나게 됐다.

<문철·정미경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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