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피오리나 회장 경영400일 日紙기고]"사원 활력살려…"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8시 40분


칼튼 피오리나 휴렛패커드(HP)사장이 지난달 22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7월 HP 사장으로 영입돼 경영의 방향타를 잡은 지 400여일. 한자리 성장에 머물렀던 HP의 실적이 15%이상 성장을 기록하는가 하면 주가는 80달러에서 104달러까지 상승했다. 그동안 HP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피오리나 회장이 일본의 닛케이비즈니스 최근호에 ‘나는 이렇게 HP를 변화시켰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다음은 기고 내용.

▼부서줄여 이기주의 차단▼

매출이 500억달러(약51조원)에 이르는 HP의 최고경영책임자(CEO)가 된지 1년이 넘었다. 나는 새로운 CEO로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이는 사원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안된다. CEO의 역할은 사원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939년 빌 휴렛과 데이브 패커드가 설립한 HP는 멋진 제조회사였다. 그러나 인터넷의 출현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인터넷시대에 맞는 연구 개발이 필요해졌다. 이와 관련, HP는 두 가지 사실을 자각해야 했다. 우선 HP는 인터넷을 토대로 한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회사라는 점. 둘째는 인터넷사업에서 잠재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처음 HP에 온 날 ‘HP의 좋은 점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바꾸자’고 밝혔다. 많은 기업들이 변화의 균형을 잡지 못해서 실패했다. 무리하게 모든 것을 바꾸려고 하거나 거꾸로 너무 조금만 바꾸려 하면 균형을 잃게 된다. HP도 변화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HP는 ‘HP방식’이라는 이념이나 조직을 인터넷시대에 맞게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HP에는 83개의 제품사업부가 있었다. 이들은 고객이나 회사 이익보다는 부서 이익만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사업부를 12개로 줄였다. 사원들은 대화를 나누면서 업무 상황이나 방향을 확인한다. 변화란 뭔가 ‘돌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끊임없이 변신해야 생존▼

인터넷으로 인해 HP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프린터사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시장 규모가 300억달러라고 하지만 나는 1300억달러라고 생각한다. 인터넷과 프린터가 연결되면 시장이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인터넷이 진전되면 사이트에서 우표를 다운받아 프린터로 인쇄하는 시대가 온다. 연극 스포츠 티켓도 마찬가지다. 전세계 1억3000만대의 HP프린터가 바로 인터넷의 중심이 될 것이다.

HP의 사업 방향을 밝히긴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10년후에도 결코 변혁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선의 여지는 언제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HP에는 위대한 역사가 있지만 존재하는 것은 항상 새로운 HP인 것이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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