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의학상 3인 업적]뇌 세포 신호전달물질-체계 규명

  • 입력 2000년 10월 9일 23시 09분


인간의 뇌는 수천억개 이상의 신경세포로 구성돼 있다. 이들 간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해 학습이나 기억과 같은 고등한 지적 기능이 발휘된다.

그런데 이 신경세포들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서로에게 신호를 보낼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포 사이의 미세한 연결 부위(시냅스)를 통해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됨으로써 정보가 전달된다. 올해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3인은 바로 이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밝힌 인물들.

아르비드 카를손교수는 뇌조직이 손상돼 근육이 마비되거나 떨리는 증세를 보이는 파킨슨병의 원인을 밝혔다. 도파민이라고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이 뇌의 기저핵 부위에서 부족할 때 이 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폴 그린가드교수와 에릭 캔들교수는 1980년대에 신경생리학 분야를 공동으로 연구해 신경세포간의 신호전달체계를 밝혀내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들은 도파민을 비롯한 수많은 신경전달물질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다른 신경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지를 밝혔다.

특히 캔들교수의 경우 바다달팽이에 대한 실험을 통해 학습과 기억 작용이 일어날 때 시냅스에서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를 밝혔다. 그는 또 사람의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이 신경세포의 분자 수준에서 서로 다르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캔들교수의 제자인 서울대 생명과학부 강봉균교수는 “이번 수상자들의 업적으로 이전에는 심리학의 영역으로 인식된 학습과 기억 분야가 자연과학적인 차원에서 해석될 수 있었다”며 “뇌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실체가 완전히 밝혀진다면 치매를 비롯한 각종 뇌질환을 정복하는 길도 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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