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보는 한국경제]'서울發 경제위기' 확산 우려

  • 입력 2000년 9월 18일 19시 09분


한국 증시와 경제가 세계 투자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6·25전쟁 이후 끊어져 있던 경의선 철도를 잇는다는 긍정적인 보도(파이낸셜타임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97년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3년만에 ‘서울발 경제 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에 따른 것이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지 여부는 서울과 도쿄에 이어 런던과 뉴욕의 18일 장이 시차를 두고 연달아 열리면서 판가름날 전망.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의 시각〓블룸버그통신은 18일자 머릿기사로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로 종합주가지수가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131원까지 폭등한데다 회사채수익률도 9%대로 상승했다고 크게 보도했다. 뱅크 오프 아메리카(BOA)는 분석 보고서를 통해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로 외국기업들은 한국의 재벌 등 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의 신용평가 조사를 위해 19일 방한할 예정인 무디스는 이날 예금보험공사가 발행할 교환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Baa2로 평가했다. Baa2는 한국의 국가신용도와 같은 것으로, 투자 적격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CBS마켓워치는 무디스가 이번 방한에서 한국의 등급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우차 인수 포기와 관련, 포드자동차는 최종 인수 제안서 제출을 위한 가격 협상도 하지 않았으며 인수 포기의 이유는 대우차 내부 문제였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UBS워버그의 애널리스트 사울 루빈의 말을 인용, “대우차 인수전에서는 승자가 곧 패자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한다”며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재무구조도 최악인 한국의 대기업을 인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혹평했다. 한편 CBS마켓워치는 한국민이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에 대해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포드 자동차 불매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외국인 한국에서 발뺀다〓가장 우려되는 것은 돈이 한국에서 빠져나가는 것.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로 기업 금융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외국인의 ‘한국 팔기(Sell Korea)’가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외국인의 ‘한국 팔기’를 부추기고 있다. 한 외국증권사 지점장은 “한국 비중을 줄이라는 보고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못하지만 브로커들은 ‘한국 팔기’를 권유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원화가치가 급등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월가를 방문하고 돌아온 액츠투자자문 정진호 사장은 “CNN이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를 톱뉴스로 다룰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며 “투기 자금의 단기 유출입은 있을 수 있으나 외국 자금은 유출에 중점이 두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담당 임원도 “지난해 대우그룹 문제가 불거진 이후 올해 현대문제에 이르기까지 기업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대우차 쇼크’가 겹쳤다”며 “외국인이 한국의 구조조정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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