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폭등 또 불안…올 겨울 40달러까지 뛸 수도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59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생산량을 하루 8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뒤 잠시 주춤하던 국제 유가가 다시 치솟아 유가 폭등에 대한 우려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OPEC는 당초 70만배럴을 증산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고유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프랑스 영국 등지의 유가인상 항의 시위에 자극받아 증산량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정도 증산으로는 90년 걸프전 이후 최고가인 유가를 안정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다음달 1일부터 OPEC이 증산에 들어가더라도 공급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올겨울 난방유 부족사태는 필연적이란 우려도 많다.

영국 런던 세계에너지연구센터(CGES)의 레오 드롤러스 연구원은 "이번 증산 합의가 원유가를 30달러선에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겠지만 겨울이 되면 원유가 폭등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적어도 하루 100만배럴는 증산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OPEC증산 폭에 대해 미국 독일 등 주요 석유 소비국은 불만을 갖고 있지만 산유국의 견해는 다르다. 알리 로드리게스 OPEC의장도 11일 유가가 올 겨울 배럴당 4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OPEC 혼자서 세계가 직면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대통령은 "현재 고유가는 석유공급의 부족이 아니라 석유소비국의 높은 세금 때문"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현재 유럽에서 원유가 폭등에 대한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데 비해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에서는 직접적인 반응이 없다. 미국내 소비 유가는 아직 최고였던 3월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기 때문. 또 일반인의 관심이 사상 최대의 경제호황과 대통령 선거에 쏠리고 있는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겨울철을 앞두고 국내 재고량 부족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 유가 폭등 압력이 사회적으로 팽배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유가 인상이 국내 경제에 가져올 영향보다 수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몇차례의 오일쇼크를 거치며 에너지원에서 차지하는 원유 비중을 낮춰온데다 해외 유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 또 현재 원유비축량도 120일분이나 돼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 다만 경기 회복세를 보여온 아시아 시장이 이번 유가 급등으로 위축되면 수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 관련부처의 관심은 이런 사정 때문에 단기대책보다는 천연가스자원 개발 등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에 쏠려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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